안녕하십니까?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긴 하지만 봄기운이 세상을 덮고 있습니다.
풀들이 파랗게 새싹을 움트고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목련꽃망울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공기 중에도 향그러운 봄내음이 실려 오고 있습니다.
학년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학기 초 여러 가지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에야 글을 올립니다.
저는 올해 2학년 8반을 맡아 귀한 자제분과 함께 일년을 보낼 교사 한상훈입니다.
저는 1985년 3월에 동성고등학교에 부임하여 22년째 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영광스럽게도 합법화된 전교조의 동성고 초대 분회장을 지내기도 한 전교조 조합원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올해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인 학부모이기도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관심거리인 대학진학에 관한 일부터 학원,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친구관계, 컴퓨터 게임, 핸드폰 등 걱정하시는 많은 문제들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와 아이들을 보노라면 제 자식 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자식이 잘되는 것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가장 큰 소원인 것처럼 교사인 저도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 자신의 꿈을 이루고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다른 해보다 올해는 그 마음이 조금 더 간절하군요.
그러면 올해 제가 우리 반 아이들과 지내고자 하는 방법에 대하여 발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모두가 소중하게 대우받는 학급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완벽하게는 못하겠지만 아이들을 그 무엇에도 상관없이 공평하게 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한 단체가 아닌 하나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아이들을 대하도록 힘쓰겠습니다. 부모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개성보다는 단체의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억누르는 속에서 자란 제가 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을 쓰다듬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각자의 소중함을 일깨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깨달음은 자신을 넘어 주변으로도 퍼져 나가리라 믿습니다.
두 번째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설득하겠습니다.
공부를 잘 하면 정말 좋겠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로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아이들과 많이 이야기 하겠습니다. 특히 많이 배우기보다는 자율학습을 통해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겠습니다. 공부는 배우는 것보다 배운 것을 익히기가 더 어렵고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도 복습을 잘 할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세 번째로 기본적인 생활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겠습니다.
공부이외에도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많은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지키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 청소 함께 하기, 쓰레기 적게 내고 정해진 장소에 버리기,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등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잔소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선생은 자질구레한 잔소리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하겠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부모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그런데 저 자신을 돌이켜 보면 아이를 볼 때 마다 공부해라 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아이가 바라는 삶은 무엇인지, 진짜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하는지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더군요.
부모님들께서는 어떠신지요.
요즈음 살기가 힘들고 팍팍하지만 정작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학교 보내고, 학원 보내주고, 과외시키고, 독서실 보내는 것이 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부모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신뢰의 눈빛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정의 교류 말입니다. 너는 내 사랑스런 아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 힘들고 어려워도 네가 잘 해내리라는 것을 믿는다는 느낌을 나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부터 잘 되지 않겠지만 아이와 중요하지 않은, 가볍고 별 의미없는 수다를 한번 떨어보시기 바랍니다.
제 연락처입니다.
학교 전화 765-8234(교환241), 핸드폰 018-304-2351,
메일은 mathhan85@hanmail.net , 홈페이지는 동성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교직원 소개에서 수학과의 제 사진 밑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관리를 잘 하지 못해보시기 불편하겠지만 제 여러 가지 기록물들이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오.
학교에 전화를 해도 수업에 들어가 연결이 되지 않으면 옆에 계신 선생님께 메모를 부탁해 놓으시면 제가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이에 관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치 마시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부모님께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 3월 21일 2학년 8반 담임 한상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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