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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이 쓴 시28

족제비 - 늦가을 족제비 - 늦가을 한 성 덕 바람이 불어올때면 내 목은 소리높이리 갈대의 노래를 모든 애착이 가지에서 떨어지면 결실마저 땅으로 숨으리라 여린 이들은 자신의 세상을 눈꺼풀로 덮는다 바람만이 이 세상을 달린다면, 갈대여 부르거라 바람의 소리를 그때에 달리는 모든 것들이 춤추며 노래하리니 바.. 2007. 10. 6.
잡초의 씨앗 - 초봄 잡초의 씨앗 한 성 덕 눈보라가 품은 들판의 씨앗이 노래한다. 가장 고운 꽃잎으로 돌 틈에 피어나는 저 작은 것들을 겨울아 너는 보았느냐. 마른 흙 가슴같이 부스러지는 것들이 바람처럼 사위어지는 날에 우리는 없는 뿌리를 잡고 있었노라. 겨울아 너는 보았느냐. 겨울의 땅위에서 가장 작던 우리들.. 2007. 10. 6.
잠자리 - 가을 잠자리 - 가을 한 성 덕 날개는 노래한다 하늘의 드높음을 붉게 물든 단풍이여 내 꼬리에 앉으소서 오직 세상에는 허공만이 존재하여 날개를 가진 모든 것들을 끌어안는다 포옹한다 욕심이란 소용없어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가질 수 있는 것 뿐이니 두 눈에 담기는 아름다운 노래여 내 앞의 춤사위여 내 꼬리에 앉으소서 2007. 10. 6.
박새 수컷들에게 전해지는 오래된 노래 - 봄 박새 수컷들에게 전해지는 오래된 노래 - 봄 한 성 덕 그대여 아지랑이 같은 이 봄의 숲속에서 묻습니다. 숲의 바람 중에 그대를 스쳐지나간 바람이 한줄기라도 있다면 이 숲은 축복 받으소서. 이 봄의 계곡에서 묻습니다. 흐르는 가락 속에 그대의 입술을 축였던 물이 한 방울이라도 있다면 이 물은 축복 받으소서. 아지랑이 같아서 사라진 그대여 내 눈물보다도 큰 사랑이 노래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그 시간들 중에 그대가 웃은 시간이 있었더라면 내 추억은 잊히지 않으리라 2007. 10. 6.
말매미 - 초여름 말매미 - 초여름 한 성 덕 나무는 자신을 노래한다오 노래만이 자신을 푸르게 가꾸는 것을 알기에 세상이 달아오르면 내 앞가슴은 대지를 파고올라 그 어떤 어둠에서도 나는 그대의 얼굴을 보고 가슴으로 노래하니 밤은 늘 태양에게 지니 나무의 푸른 그늘 대지의 시원한 노래가 곧 바람이니 그대여 .. 2007. 10. 6.
늙은 쥐 - 장마 늙은 쥐 - 장마 한 성 덕 비가 땅을 때리는 날이면 나는 알고 있지 작은 이파리쯤 하나 비어있다는 것을. 저마다의 발톱과 이빨이 빗소리 앞에서는 모두 부서진다 비는, 땅을 안고 소리내어 노래하고 작은 이파리 하나가 비어있는데 늙은 쥐는 그것을 안다네 2007.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