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는 우리 4반 아이들에게
정말 쏜살같이 아니 꿈결같이 1년이 흘렀구나.
우리가 2007년 12월 말에 처음 3학년 4반 교실에서 만났으니 시간이 참으로 유수와 같다는 것이 실감난다. 큰 꿈을 안고 만나 지난 일년을 열심히 살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는지 모르겠다. 올 한해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룬 친구도 있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지만 너희들의 삶은 아직도 준비 단계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오늘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특별한 한 페이지를 넘기긴 하지만 너희들이 앞으로 겪어갈 수많은 일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늘 나는 너희들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첫 번째 방송과 언론을 통해서 들은 사람도 있겠지만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지라니 소년 소녀 합창단에 관해서란다. 이 아이들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 위치한 고르고츠(스와힐리어로 쓰레기라는 뜻)라는 마을에서 온 합창단인데 이 아이들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렇게 이야기 했단다.
“ 나의 꿈은 굶어 죽지 않고 언젠가 다시 한국을 찾아 노래하는 것”
“ 내년에도 굶어 죽지 않고 잘 자란다면 파일럿이 되고 싶다” 등등 이다.
굶어 죽지 않는 다면........ 하고 싶다. 우리는 이 말의 의미을 알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하쿠나 마타타: 문제 없어, 잘 될거야.>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며 나는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단다. 적어도 굶어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고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갖지 못했음을 불평했었나하고 말이다.
대학을 가든, 재수를 하든, 아니면 세상에 나아가든 너희들은 좀더 용감하고 확신에 차서 자신의 꿈을 세우고 도전하길 기원한다.
두 번째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란다.
< 세상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과 수단이 어찌 한두 가지에 그칠 것인가. 땀을 흘리고 먼지를 무릅쓰고 노동을 하는 것보다 은행 창고를 뚫고 금품을 도취(盜取)하여서 안일한 생활을 하는 것도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고, 청빈한 선비의 정실이 되어 곤궁과 싸우기보다 차라리 모리배나 수전노의 애첩이 되어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도 가장 현실적인 길일지 모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냐 사도(邪道)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기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비록 구절양장(九折羊腸)일지라도 그것이 정도라면 그 길을 택하여야 하는 것이요, 진실로 이것만이 인도인 것이니 여기에 있어서는 현실적이니 비현실적이니 하는 것은 전연 문제 외의 문제인 것입니다. >
세상을 바르게 산다는 것은 정말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다.
이렇게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너희들에게 읽어주는 나 자신도 바르게 산다고 자신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너희들에게 나는 이 어려운 길에 동참하라고 권하고 싶구나.
우리가 산다는 것은 결코 쉽고 편하고 자극적인 것만을 쫒아 다니기엔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쉽고 편한 길 말고 옳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지니길.
세 번째, 시 한 편을 읽어주마
2008년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동성고 3학년 4반 아이들이다
늦게 온다고, 학교에서 잠잔다고
자율학습 도망가고, 전달사항 어긴다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눈뜨라고 고함치는 담임이지만
그래도
2008년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동성고 3학년 우리 4반 아이들이다
예전에 담임했던 아이들
작년에 그리고 올해 가르칠 예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 많이 있지만
사랑은 아무리 나누어도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올해 우리 반이 아닌 아이들이 삐지겠지만
그래도
2008년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동성고 3학년 우리 4반 아이들이다.
나는 너희들을 일년간 사랑했지만 너희들 곁에는 너희를 당신들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님, 그리고 가족,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과 너희를 사랑하는 그 분들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길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신영복 선생님의 시로 마무리 하련다.
"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재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그렇단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하루는 끝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란다.
뒤돌아보지 말고 훨훨 날아가거라.
너희들 모두의 삶 깊숙히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길.......
2009년 2월 4일 3학년 4반 담임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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