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이

8월 26일 (제주 10일차) : 금산 공원과 제주 도립 곶자왈

눈떠! 2023. 7. 26. 23:55

8월 26일 (제주 10일차)

오늘은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아침부터 하늘이 파랗고 햇볕이 따갑게 비치는 눈부시게 맑은 날이다.

양말과 수건, 반바지와 반팔 티가 널려 있는 빨래 건조대를 바깥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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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돼지 앞 다리 살 김치 두루치기와 과일 샐러드, 김이다.

아내가 일어나기를 세수 하는 동안 기다려 요리를 했다.

어제 한 번 해봤다고 오늘은 준비하고 조리 하며 상 차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 빠르게 진행되었다.

음식물 쓰레기 걱정할 필요 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설거지가 간단했다.

설거지를 한 후 아내는 식빵을 구워 딸기잼을 바른 샌드위치를 만들자고 했다.

어제처럼 소풍 가는 기분을 내자고 했다.

역시 한 번 해봤으니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준비를 마쳤다.

토스터를 꺼내 식빵을 굽고, 어제 저녁에 만들어 둔 과일 샐러드를 꺼내고 포크 두 개, 두유 두 개를 바구니에 담아 베낭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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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뜨거워 숲으로 가기로 하고 애월에 있는 금산공원 (납읍 난대림 지대) 와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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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공원을 가는 도중 우연히 하가리에 있는 연화지를 방문했다,

연못에는 연꽃이 하나도 없어 실망을 하고 기왕 왔으니 연못을 가로지르고 있는 테크 길을 한 바퀴 돌고 가려고 걷는 중 담 너머 작은 못에 한가득 피어 있는 연꽃을 보았다.

탁하고 더러운 못에서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수 있을까?

과연 온갖 탐욕과 어지러움으로 가득한 속세에서 부처가 되신 석가모니를 닮은 꽃이라 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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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재촉해 금산 공원에 닿았다.

이 곳은 제주 4대 곶자왈 중 하나 이지만 규모가 작아 3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을 뿐이지 울창한 숲은 곶자왈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공원에 들어서는 초입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납읍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시를 전시해 놓은 것이 특별했다.

아마도 시가 걸려 있는 이곳이 납읍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는 세상 어떤 곳보다 소중한 마음의 고향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산책을 하긴 했지만 무언가 아쉬워 안내문을 보니 곶자왈 외곽을 한 바퀴 도는 길이 있어 걷기로 하고 조금 걸음을 옮겼는데 난데 없이 중형견 네 마리가 길을 막고 험하게 으르렁거리며 짖어댔다.

아내에게 겁먹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개들을 마주 보며 서서히 뒷걸음질로 빠져 나왔다.

요즘 제주 중 산간 지역에 들개들이 출몰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초등학교와 마을 옆이니 들개 같지는 않고 누군가 풀어 놓고 키우는 개가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약간 당황스럽고 무섭기까지 했다.

앞으로 몽둥이를 들고 다녀야 하나? 아니 들고 다닌들 개들이 덤비면 이겨낼 수 있을까?

차에 올라 아내에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제주 도립 곶자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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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 곶자왈이 있는 근처에 영어 마을, 제주 국제 학교와 외국계 학교 분교가 있는 것 같았다.

외국 영화에 나오는 부자 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파트 단지와 멋진 학교 건물들이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평생을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았지만 보통학교가 아닌 이런 학교들을 보면 마음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도립 곶자왈에 도착하니 다행스럽게 주차장에 딱 두 대를 댈 수 있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주차를 하고 화장실에 다녀 온 후 입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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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일인당 1000원이었다. 제주 사람은 무료.

그래서 어떤 사람은 제주살이를 올 때 주소를 옮기기도 한다고 한다.

도립 곶자왈 역시 원시림을 이루고 있어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이었다.

그늘 이라고는 하지만 바람 한 점 없어 점심이 든 베낭을 메고 걷다 보니 등이 온통 땀으로 젓었다.

도립 곶자왈의 말이나 소에게 꼴을 먹이려 목동들이 드나들던 테우리 (목동)길 (1.5km : 30분), 가시나무가 원형 그대로 군락을 이루는 가시낭 길(왕복 2.2km : 45분), 지역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이해 드나들던 한수기 길(0.9km : 20분), 용암 동굴에 살던 오찬이 이름을 딴 오찬이 길(1.5km : 30분), 그리고 입구로 나오기 위해 다시 테우리 길의 삼 분의 일 정도를 걸었다.

가시낭 길 중간 쯤의 나 무벤치에 나란이 앉아 만들어 간 도시락을 먹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 둘이 앉아 먹는 샌드위치가 멋진 식당에 앉아 먹는 요리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고 중요한 것은 맛있고 배가 부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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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물창한 숲 길을 앞 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걸었다.

아내는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을 좋아해 대부분은 내가 몇 걸음 앞 서 걸었다.

내 걸음이 빠르니 조금 가다 뒤돌아 아내가 오길 기다렸다 다시 가길 반복하며 햇볕이 들지 않아 조금은 어둑한 숲 길을 즐겼다.

온 통 고사리 같은 양치 식물이 온 땅을 뒤덮었고 이끼가 덮힌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섰고 이따금 숨골이 나타났다. 오찬이 길 중간 쯤 휴식을 하며 가져간 보온병의 차가운 물을 나누어 마셨다.

그 때 쯤 휴대폰의 밧데리가 나갔다.

오찬이 길 끝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니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그리고 지나 번에 오른 금악 오름과 많은 오름 들이 보였다. 아쉽지만 당연히 사진을 찍지 못했다.

곶자왈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용암이 만든 넓은 용암 길인 빌레 길(0.9 km : 20분) 은 왕복을 해야 해서 다음 기회로 미뤘다. 주차장으로 나와 화장실에 들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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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는데, 아뿔사 보온병을 벤치에 두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까지는 차가운 커피를 타 가지고 다녔는데 오후에 커피를 먹어서 인지 잠이 오질 않아 오늘부터는 시원한 물을 가지고 다니기로 했는데 첫 날 사고를 쳤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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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처럼 저녁으로 두부 김치와 막걸리를 한 병을 나누어 먹기로 했다.

아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두부를 노릇하게 굽고 김치를 볶아 접시에 담았다.

그저께 애월 하나로 마트에서 사다 놓은 33% 나 귤 원액이 들었다는 귤 막걸리 한 병 꺼내 삼페인 잔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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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맜있게 한 잔. 우리 부부의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