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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달 살이 그 후

종아리 근육 파열

by 눈떠! 2024. 9. 20.
오늘 테니스를 치다 종아리 근육이 찢어졌다.
 
마침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후 1시까지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아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오후 두시에 중계 온마을 센터 2층 강당에서 노원 어르신 일자리 센터에서 마련한 국민 체력100 측정을 하기로 신청한 날이어서 몸도 풀겸 테니스를 치고 오기로 했다.
노원구청에서 제공한 테니스 기초 강습에서 만나 강습이 끝나고도 일주일에 한 두번 만나 함께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가볍게 렐리를 한 후 복식 두 게임을 했다.
그리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잠시 렐리를 하다 마지막 게임을 하며 두 시간 빌린 코트에서 10분 정도 남기고 갑자기 종아리에서 툭 소리가 나며 통증이 왔다. 처음엔 연일 계속되는 운동으로 쥐가 났나 했는데 아니었다.
종아리 안쪽이 당기면서 발을 딛기가 힘들었다.
바로 게임을 중단하고 거의 왼쪽발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마침 큰 아들이 다리를 보자마자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며 아내와 함께 성화를 부렸다.
운동을 하느라 땀 범벅에 샤워도 하지 못하고 갑자기 내린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왔으니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이어서 우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사실 그냥 쉬려고 했는데 두 사람이 하도 병원에 가야 한다며 윽박지르고 큰 아들이 모시고 가겠다고 나서서 할수없이 혼자 다녀 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의 어머니께서 단골로 다니시고 십여년 전 아내의 부러진 팔을 치료해준 성모 정형외과에 갔다. 병원에 가는 길도 그리 쉽지 않았다. 아퍼봐야 건강한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된다.
아무 생각없이 걷는 일이 이렇게 소중한 일이었구나를 새삼 느끼며 절뚝거리며 병원에 도착했다.
11시 40분쯤 되었는데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로 붐비고 있었다.
 
접수를 하고 10여 분 기다린 후 의사 선생님 앞에 절뚝거리며 다가가 앉았다.
어머니와 아내 치료를 받느라 여러 번 뵈었고 또 함께 근무한 동성학교 김선생님의 고등학교 동창이라 얼굴을 익힌 선생님께서 어디가 아파서 오셨냐고 웃으며 맞아주셨다.
테니스를 치다 종아리에서 뚝 소리가 나며 통증이 있어 왔다고 하니 웃으시며 테니스를 치시는군요. 하며 종아리를 여기저기 만져 보더니 근육이 찢어진 것 같으니 우선 x-ray 찍고 그것을 보고 다시 상태를 보자고 했다.
x-ray를 찍고 잠시 후 다시 의사선생님 앞에 앉으니 화면에 종아리 안쪽 근육 중간 부분에 희미하게 사선이 보였다.
 
다행히 심하진 않으니 깁스를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2 주는 아무런 운동도 하지 말고 걷는 것도 발목을 쓰지 말고 발 끝을 몸 밖으로 향하여 다리가 펴진 채로 뒷꿈치를 이용해 걸으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2 주도 역시 운동은 하지 말고 천천히 걸으라고 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걷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겠지만 운동은 한 달이 더 지난 후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운동하기 전에 꼭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고 무리하게 뛰지 말아야 한다며 웃으셨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아프지 않으면 3일 후 약을 더 먹지 않아도 되고 물리치료도 굳이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종아리가 많이 붓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문가가 심하지 않고 좋아질거라고 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집으로 돌아와 앞으로 두 달간 운동 약속이 있는 모임들에 톡을 넣었다. 테니스 치는 두 곳, 둘레길 걷는 모임 두 곳, 그리고 가끔 함께 산에 가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니 다들 위로와 걱정을 해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달 동안 꼼짝없이 걷기나 할 수 있는 내 처지가 한심스러워졌다. 운동 뿐 아니라 다른 일도 걷는게 불편해지면서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니 걱정한다고 해결되진 않지만 속이 상했다.
 
하지만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드니 그동안 미뤄두고 게을리했던 독서, 피아노 연습, 수학문제 풀이, 일본어 공부, 성경쓰기, 그리고 글쓰기를 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경우라도 할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지말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기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리고 두 달만 잘 참으면 다시 운동할 수 있고 한 달 후면 걷는데 크게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하니 그동안 돌아다니며 움직이느라 찾지 못했던 일들을 두 달 동안 즐겨보자고 마음 먹었다.
 
어쨌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평범한 삶 속의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라도 소중하고 고맙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이것은 비단 내 몸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 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도 해당될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아니 어쩌면 죽은 후에도 온 우주의 모든 것에 고마움을 가지고 대하며, 할 수 있는 한 마음은 물론이고 행동으로 고마움을 드러내야 할 것 같다.
 
나이들며 나이 값을 하라고 종아리 근육이 내게 부드럽고 다정하게 속삭인다. 조금은 불편하고 아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