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지 보지나 말걸.
2018년 교원평가 학생만족도 조사 선생님께 바라는 점에 쓰여진 학생의 글
2018년 나의 수업에 대해 평가한 학생 4명이 쓴 글이다.
1. 쓴 소리를 많이 하시지만 개개인으로 만나 뵈면 좋으신 분이라고 느껴진다. 문제와 질문 하나하나 꼼꼼히 답하시고 가르쳐주신다.
2. 수업 때에 문제풀이를 꼼꼼하게 해주셔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프린트를 통해서 수능준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을 열심히, 열정적으로 하시는 것 같아서 저 또한 선생님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잠도 깨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선생님의 태도나 언행 등에서 학생을 배려하는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시대가 바뀌었다, 학생이 더 불량해지고 거만해졌다, 이런 말씀 하실 바에 그냥 교사직을 하루 빨리 그만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힘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짓누를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그런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선생님의 잘못이니까요. 교사직을 계속 하고 싶으시다면 학생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만약 선생님이 태도를 바꾸시지 않는다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방식으로 누군가가 선생님을 쫓아낼 겁니다.
4.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강심장을 지녔다 해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올해 2018년은 34년에 걸친 내 교사 생활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해였다.
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들이라 조금 특별하다고 하며 위로하는 소리도 전혀 위로가 되질 않았다. 물론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어 이 아이들과 세대차이도 나고 또 워낙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하는 완고함이 꼰대의 경지에 달하기도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는 더 먼 옛날이 아니라 작년과 비교해도 너무나 달랐다.
나는 1985년 동성고등학교에 부임한 이래 교사라는 힘으로 아이들을 누르고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자부한다. 권위적이거나 다른 이를 억압을 할 만한 성격을 타고나지도 못했거니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좋아서 된 교사이니 만치 훌륭하고 좋은 교사가 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했다. 무엇이든 내가 아이들에게 훈화하는 말은 먼저 지키려고 했고, 무엇을 하건 가능한 한 아이들 옆에 함께 서 있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단 한 번도 내 삶에 교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았으며 아이들에게도 너희들은 내게 배웠으니 나보다는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고 그렇게 살아가길 기원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고등학교 선생이 가르쳐야할 가치가 있고 나는 수학이라는 과목과 함께 그것을 가르쳐왔다. 동성고에 부임한 이래 지난 34년간 선생님보다 먼저 교실에 들어와서 수업을 준비하라고 설득했고,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눈에 띠면 "눈떠!" 라는 고함을 쳐서 아이들을 깨웠으며, 수업 중 가능한 한 화장실 등에 가지 말고 50분을 견뎌내라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삶의 태도들(시간을 지키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 것, 부모님 특히 어머님께 효도하기,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기, 사회와 국가에 대한 헌신, 역사와 관련된 그날의 독립투사들과 민주화운동에 관한 말, 그리고 인권 등등)을 수업 중 지루해하거나 어떤 일로 계기가 되면 그에 관련된 이야기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게 배운 많은 아이들은 졸업한 후 만나면 수학보다 그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추억을 떠올린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행하는 인권교육도 어쩌면 우리학교에서는 유일하게 신청하여 열심히 받았으며 아이들을 대하는 일에서도 당연히 교사와 학생간의 입장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의 태도에 대해 기본적인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했지 개인을 인격적으로 모욕하지 않았다. 억압해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각목을 든 깡패가 최고의 교사지 굳이 사범대학을 나온 사람에게 교사자격증을 주진 않으리라고 생각했고, 나는 사람을 가르치는 교사이지 짐승을 훈련시키는 조련사가 아님을 되새겼다.
그런데 올해 아이들은 그 동안과 가르친 수많은 아이들과 달랐다.
처음 몇 번 아이들의 태도에 당황스러웠고 머리가 뜨거워졌으며 이게 무엇일까? 아이들의 이런 태도가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했으며 심지어 선생을 그만두라는 소린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결론은 분명 내가 변해야 할 텐데 변한다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지금껏 지내온 것처럼 교사생활을 행복하게 마무리를 하려면 남은 기간 내가 변하고 그리고 할 일들이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우선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처음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던 그 때의 설레던 마음으로 돌아가자.
처음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교재연구를 하던 때로 돌아가자.
처음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때로 돌아가자.
처음 시간만 나면 아이들과 뛰놀던 때로 돌아가기는 신체능력 때문에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많이 가르치는 것보다 너그럽게 지켜봐주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겠다.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아쉬움을 접고 과감히 던지고 나가자. 슬프긴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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