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상을 정성스레 차려준 아내가 말했다.
오이 소박이 거의 다 먹어가는데 다들 맛있다고 하고 특히 당신이 좋아하니 오늘 또 담고 싶다고. 그러더니 따라나오라고 해 시장 가방 짊어지고 따라나서니 사흘 전 열무 얼갈이 김치 재료 사러간 과정을 똑같이 거친다.
농협은행 옆 아주머니에게 가서 오이 40개 덤으로 3개 더주어서 43개, 당근, 양파를 샀다. 농협을 돌아 야채가게인 재래시장에 가서 부추 큰 묶음으로 세 단을 사왔다.
지난번 담근 양의 두배다.
오이를 끓는 소금물에 15분 정도 절이는 사이에 당근을 채치고 양파를 썰고 부추를 4cm정도 길이로 썰라고 하더니 부추 조금 더 넣어야겠다며 나가서 두 단을 더 사왔다.
아내가 부추를 사러간 사이에 오이를 찬물에 세 번 씻어서 열십자로 칼집을 냈다.
아내가 돌아와 부추와 당근, 양파를 큰 다라에 붓고 고추가루, 설탕, 매실액, 멸치액젓, 마늘, 통깨, 소금. 약간을 넣고 나보고 살살 섞으라 한다.
그리고 칼집 낸 오이에 속을 많이 넣으라고 한다.
아내는 옆에서 사과 한 입 베어 물며 감독을 한다.
배우고 익힌 사람은 감독을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몸으로 때우는 것이 인간사 자연의 법칙이다. 아내는 머리로 나는 몸으로 오이소박이를 만들고 집안 일을 한다. 안의 그 많은 일들을 그렇게 조금씩 배워 가며 아내에게 힘을 보탠다.
김치통을 옆에 놓고 오이에 속을 충분히 넣고 차곡차곡 쌓아가며 통을 채웠다.
틈틈이 정리를 해가며 일을 한 덕분에 김치통을 채우고 다라를 씻는 것과 동시에 모든 일이 끝났다. 두시간 반 정도 꿈지럭거리니 오이소박이 두 통이 만들어졌다.
실온에서 이틀 정도 익혀 김치 냉장고 두번째 칸에 넣을 예정이다.
한동안 배추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오이소박이로 밥상에 김치 풍년이 들겠구나 생각하니 저절로 입에 침이 괸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 반사다.
봄이면 밥맛이 없어진다고들 하는데 나는 항상 가을 입맛이다.
꽃샘추위, 황사 바람에도 입맛이 돌아 살이 포동포동 찐다.
봄바람에 마음도 풀어지고 더불어 허리띠도 풀어질까 무서워진다.
우리집 김치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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