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날, 백석과 그의 시를 생각하며
한 성 덕
눈이 나린다
어둠과 마주 앉고서
나는 엉뚱하게도 나타샤를 생각한다
한잔은 독하다 두잔은 쓰다
삶은 더 지랄맞다
나도 참 가난한거 같다고
가로등아래 눈이 빛난다
꽈당 꽝 꽈당 나무 넘어가는 소리
내가 마가리를 짓는 소리
나타샤가 온다
나타샤가 아름다워서
그래서
난 더 가난하다고
세상이 날 이겨 버린 거냐고 묻는다
아무도 없는데, 아니 나타샤와 둘이
더러워져버린 세상에서
나타샤와 둘이서
아니, 눈이 나리는데
펄펄 눈이 나리고 있는데
검은 산에서 마가리의 깜빡이는 불빛
눈이 나린다
나타샤의 부축을 받으며
나는 생뚱맞게도 흰 당나귀를 생각한다
나타샤를 마가리를 흰 눈의 폭포를
한 시인을 생각한다
나타샤가 아니 올리없다
응앙응앙우는 흰 당나귀를 타고
조곤조곤히 속삭이며 떠난 한 시인을
푹푹 나리는 눈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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