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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이 쓴 시

눈이 오는 날, 백석과 그의 시를 생각하며

by 눈떠! 2007. 5. 3.
 

눈이 오는 날, 백석과 그의 시를 생각하며

                                                                                             한     성    덕


 

눈이 나린다

어둠과 마주 앉고서

나는 엉뚱하게도 나타샤를 생각한다

한잔은 독하다 두잔은 쓰다

삶은 더 지랄맞다

나도 참 가난한거 같다고


가로등아래 눈이 빛난다

꽈당 꽝 꽈당 나무 넘어가는 소리

내가 마가리를 짓는 소리

나타샤가 온다

나타샤가 아름다워서

그래서

난 더 가난하다고


세상이 날 이겨 버린 거냐고 묻는다

아무도 없는데, 아니 나타샤와 둘이

더러워져버린 세상에서

나타샤와 둘이서

아니, 눈이 나리는데

펄펄 눈이 나리고 있는데


검은 산에서 마가리의 깜빡이는 불빛


눈이 나린다

나타샤의 부축을 받으며

나는 생뚱맞게도 흰 당나귀를 생각한다

나타샤를 마가리를 흰 눈의 폭포를

한 시인을 생각한다


나타샤가 아니 올리없다

응앙응앙우는 흰 당나귀를 타고

조곤조곤히 속삭이며 떠난 한 시인을

푹푹 나리는 눈으로 그려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