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가장 강해지는 법은 바다에 몸을 녹여 바다가 되는 것이다
한 성 덕
하늘을 나는 새는
바다를 노래했다
작은 달팽이 하나
이슬 위 풀잎을 떠나
바다로 눈을 뽑았다
자기처럼 작은 집에
자신을 이고
한발짝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느린 걸음
뜨거운 모래는 달팽이를
태우지만
길이 힘든 만큼
길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라,
달팽이는 그저 기뻤더랬다
점점 뜨거워지는 모래.
고통에 몸을 틀며 기어가던
모래밭 위로 들려오는 소리.
달팽이는 마침내 보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푸르고 거대한 것이 출렁이는 것을.
마지막 남은 힘을 졸라매어
마침내 달팽이는 물었다.
“여기가 바다인가요?”
그때 파도가 달려들어
달팽이 덮쳤더랬다 녹였더랬다
바다가 된 달팽이
지금도 바다를 노래하며
바다를 찾던 달팽이가
바다가 되어 흐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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