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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이 쓴 시

가을에는 벌레가 운다

by 눈떠! 2007. 3. 9.
 

가을에는 벌레가 운다

                                                                                                한 성 덕

가을이 되어도

벌레 울음이 듣기

싫었던 왕은 명령했어

모든 벌레들의 날개를

잘라버리라고. 벌레들이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게,

사람들은 뛰어다녔어,

왕의 명령이었으니까,

모든 벌레들은 날개가

잘려진 것 같았지, 울음도

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어.


-또록 또록 또록, 지잇 지잇-


그런데, 가을이 깊어지자

그치질 않는거야, 울음소리는

화가 난 왕은 법을 세웠어.

모든 벌레들은 울지 말라는

법을, 아주 강력한 법을

왕은 이제야 안심했지, 이젠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을거야


-지잇, 지잇, 쓰으 쓰으 쓰으-


어느 가을 밤, 왕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버렸어.

귀뚜라미 홀로 울어주는 밤에

왕은 알지 못했지 죽을 때까지

아무리 날개를 잘라도

울음 울음은 막지 못한다는 걸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벌레 울음은 막지 못한다는 걸,

가을이 깊어지면,

벌레 울음도 깊어진다는 것을,

왕은 알지 못한거야,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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