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벌레가 운다
한 성 덕
가을이 되어도
벌레 울음이 듣기
싫었던 왕은 명령했어
모든 벌레들의 날개를
잘라버리라고. 벌레들이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게,
사람들은 뛰어다녔어,
왕의 명령이었으니까,
모든 벌레들은 날개가
잘려진 것 같았지, 울음도
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어.
-또록 또록 또록, 지잇 지잇-
그런데, 가을이 깊어지자
그치질 않는거야, 울음소리는
화가 난 왕은 법을 세웠어.
모든 벌레들은 울지 말라는
법을, 아주 강력한 법을
왕은 이제야 안심했지, 이젠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을거야
-지잇, 지잇, 쓰으 쓰으 쓰으-
어느 가을 밤, 왕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버렸어.
귀뚜라미 홀로 울어주는 밤에
왕은 알지 못했지 죽을 때까지
아무리 날개를 잘라도
울음 울음은 막지 못한다는 걸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벌레 울음은 막지 못한다는 걸,
가을이 깊어지면,
벌레 울음도 깊어진다는 것을,
왕은 알지 못한거야, 죽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