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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들이 쓴 시

도심 속의 원시인

by 눈떠! 2007. 3. 2.
 

도심 속 원시인

                                                                                   한 성 덕

건물 입구에는

비를 피하러 들어온

문명인들이

저마다 핸드폰을 꺼낸다


주먹도끼처럼

단단히 그러쥔다


사방엔 저마다

우산으로 자신을 가둔 사람들

바쁘게 더 바쁘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들


빗소리는

영양처럼 달린다


달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우산 없이 건물을 나섰다

굵은 소낙비

몇백만년간 잊고 있던

정글의 우기


젖어드는 소금처럼

녹아내리는 빙하처럼

사라지는 문명아,


나는 웃는다

원시인의 웃음을

오랫동안 잊었던 털가죽의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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