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늙은 무릎
한 성 덕
두 노인은
아까부터 내 앞을 걷고 있었다
그들의 나이만큼이나
높은 계단을
동묘앞 역 1번 출구
차마 앞서가지 못한 난
그 그림자에 숨어
귀를 기울였다.
떨리는 두 무릎의 숨결에
어설피 덮은 서울말
사이로 삐져나온 함경사투리
출가한 딸은
이번 설도 오지 않았나 보다
그래, 00국밥은 양이 적으니
오늘은 00집에서 순대를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계단을 오르 듯,
걸음마저 말투마저 비슷한
두 노인은
평생을 같이 걸어왔을까
계단은 끝나고
숨통만큼이나 하늘이 높다
동묘앞역 1번출구를 떠나
잠시 바라본 두 노인에
햇살이 걸터 앉는다
두 노인의 작은 어깨 위
이끼처럼 쌓인
세월의 먼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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