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은아들이 쓴 시

두 늙은 무릎

by 눈떠! 2007. 5. 3.

 

두 늙은 무릎

                                                한     성     덕

 

두 노인은

아까부터 내 앞을 걷고 있었다

그들의 나이만큼이나

높은 계단을

동묘앞 역 1번 출구

 

차마 앞서가지 못한 난

그 그림자에 숨어

귀를 기울였다.

떨리는 두 무릎의 숨결에

 

어설피 덮은 서울말

사이로 삐져나온 함경사투리

출가한 딸은

이번 설도 오지 않았나 보다

 

그래, 00국밥은 양이 적으니

오늘은 00집에서 순대를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계단을 오르 듯,

걸음마저 말투마저 비슷한

두 노인은

평생을 같이 걸어왔을까

 

계단은 끝나고

숨통만큼이나 하늘이 높다

동묘앞역 1번출구를 떠나

잠시 바라본 두 노인에

 

햇살이 걸터 앉는다

두 노인의 작은 어깨 위

이끼처럼 쌓인

세월의 먼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