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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년 8월 15일 아버지기일(9주년)

눈떠! 2021. 8. 23. 13:45

아버지 기일을 맞아 산소에 다녀왔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만 9년이 지났지만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뿐 늘 마음속에 살아계신다. 살아계실 때 더 잘 해드리지 못한것이 아쉽지만 군 생활 빼놓고 태어나서 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을 함께 살아서 그런지 살아계실 때는 그런 것들을 느끼지 못했다.

돌아가시고 나니 아버지 그늘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살갑고 다정한 분은 아니셨지만 아버지는 내게 큰 언덕이셨다.

나는 살과 피 뿐 아니라 삶의 수많은 것들을 아버지께 받았다는 것을 돌아가신 후에 알게 되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많은 지인들, 성당 분들이 진심으로 슬퍼하며 우리 가족을 위로해 주셨고 지금도 아버지를 기억하시는 분들을 만나곤 한다.

아버지께서는 8월 6일 입원해 계시던 상계 백병원에서 포천에 있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원인 모현의원으로 옮기셔서 지상에서의 마지막 열흘을 보내셨다.

마침 여름방학이어서 나는 그 열흘 동안 아버지 곁을 지킬 수 있었다.

서서히 삶의 빛을 잃어 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키는 것은 슬프면서도 또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레지오활동을 열심히 하신 덕분인지 8월 15일 아침 8시 30분 아버지께서 속했던 레지오 쁘레시디움 천상의 모후 단원들의 기도를 끝으로 성모승천 대축일 아침 10시쯤 지상소풍을 끝내시고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소천하시고 집 근처인 상계동 을지병원 영안실로 옮기는 동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큰 비가 쏟아졌었다.

구급차 천장을 두드리는 거센 빗방울 소리가 내 눈물인 것 같았다.

상을 치르는 동안 나는 울지 않았고 동생들이며 친척들에게도 곡을 하지 말라고 했다.

아버지께서 좋은 곳으로 가셨으니 조용히 보내드리자고 했다.

하지만 산소 일을 마치고 나니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남몰래 엉엉 울었었다.

그리고 100일간 아버지 연미사를 지내며 마음속에 아버지를 묻었다.

 

나는 지금도 한달에 한번 아버지와 함께 머리 깍던 의자에서 이발을 하며 그 분을 느낀다.

아버지 하늘에서 잘 계시죠?

저희들도 잘 있습니다. 아니 잘 살겠습니다.

연도 시작 기도문처럼 언제가 지상의 삶을 끝내고 주님 안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주님 제 아버지 루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제 아버지 루가를 구원하소서.

주님 제 아버지 루가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