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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엿보기

작은 음악회외 수목원산책1

by 눈떠! 2022. 8. 7.
어제 어머니 모시고 아내와 광릉 수목원을 산책하고 근처 카페 크레이저에서 열린 소프라노 김현이님과 피아니스트 김성현님의 작은 음악회를 다녀왔다. 4주전에 우연히 동이만두에서 식사하고 들른 카페에서 본 이 음악회가 너무 좋아서 다시 찾게 되었는데 어제(7/16, 토 1시30분- 3시)는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긴시간 공연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도 앵콜 곡을 두 곡이나 온 힘을 다해 부르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아름답고 청아한 노랫 소리가 마음을 깨끗히 씻어 주었고 특히나 아내는 너무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에 행복했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노래 듣기를 이렇게 좋아하신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실 우리 가곡이야 그렇다치고 클래식 피아노 연주와 알아 듣기 힘든 외국 오페라 아리아도 열심히 듣고 살짝 살짝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좋아하시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박수치며 감상하고 끝날 때 앵콜을 요청했더니 두 곡이나 더 불러 주셨다. 공연 후 우리 자리에 오셔서 아내, 어머니와 사진까지 찍어 주셨다. 멋진 음악가의 공연을 바로 앞에서 듣고 즐기며 이야기도 나누다니 꿈을 꾼듯 놀라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미리 예약해 둔 광릉 수목원에 갔다.
요즘 어머니께서 허리가 좋지 않아 조금만 걸으시면 구부정해지고 아프다 하셔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좋은 공기 마시며 숲속을 천천히 걸어 보자고 광릉 수목원을 택했다.
약 2시간 넘는 거리를 쉬엄쉬엄 걸었지만 생각보다 잘 걸으셨다.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리고 걷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숲과 아내와 어머니께서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숲의 청량함과 초록의 향연, 그리고 숲속을 가로지르는 시냇물 소리에 편안함과 안정감, 그리고 여유를 갖는 것 같다. 특히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태어난 나는 나무와 풀만 봐도 저절로 평화를 느낀다. 벌레가 주는 귀찮음마저도 용서가 된다. 이곳은 원래 그들의 땅이 아니던가? 오히려 내가 그들의 평화를 흔들었으니 미안해 할 일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벋은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내마음도 저렇게 곧게 뻗길 바랬다. 욕심내지 말고 주변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파란 하늘에 눈을 두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숲길 군데 군데 의자에 앉으실 때마다 의자를 쓰다듬으며 의자야 고맙다 하셨다. 눈을 뜨고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면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일들이 넘쳐난다. 어쩌면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가 고마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존재로 인해 내가 서있을 수 있지 않을까?
숲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내와 어머니를 바라본 오늘 이 시간이 고맙고 행복했다.
소프라노 김현이, 피아니스트 김성현님. 두 분의 공연을 들을 수 있어 고마웠고 광릉 숲길이 자신을 온전히 내주어서 고마웠다.
 
두 분과 숲의 모든 구성원들, 그리고 아내와 어머니, 모든 이들이 늘 건강하시고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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