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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달 살이 그 후

8월 23일 -24일 : 아내의 친정 부모님 일박이일 모시기.

by 눈떠! 2023. 8. 24.
8월 23일 -24일.
아내의 친정 부모님 일박이일 모시기.
 
집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 장인 어른, 장모님을 집으로 모시고 와 하루 주무시고 가시라고 처가가 있는 군포의 당동 삼성아파트로 갔다.
집이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 살림도 오래되서 조금은 부모님 모시기가 그랬는데 깨끗하게 고치고 오래된 살림을 정리하니 이제는 증손주들도 볼겸 하루 주무시고 가셔도 될 것 같았다.
아마도 아내는 부모님께 우리도 잘 살고 있으니 아무 걱정마시라고 보여드리고 싶었을 것 같다.
어제 가까운 월계 트레이더스에가서 두 분이 좋아하실 반찬거리와 아침에 드시는 과일 주스를 만들 것들을 사왔다.
 
10시쯤 출발을 했는데 비가 와서인지 차가 많이 밀려 꼭 설이나 추석 명절에 처가에 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세 시간 가까이 걸려 당동에 도착해 평소 드실 생수 몇 병을 사서 집으로 갔다.
두 분은 우리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셨다.
생수를 건넌방에 넣어드리고 바로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조금 늦은 점심 식사를 하려고 근처의 고깃집인 '한판하이소 1kg' 군포 당동점으로 갔다.
가게에는 점심 시간이 지나서인지 몇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비교적 한가했으며 깨끗하고 깔끔한 곳이었다. 아내는 좋은 것을 먹자며 '프리미엄 와규+꽃갈비살 1kg'을 주문했다. 기본찬이 깔리고 주문한 고기가 도착했는데 고기의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빛깔이 고왔고 신선함이 느껴졌다. 순서대로 큰 것부터 구워 먹기 좋게 잘라드렸더니 두 분 모두 맛있다며 잘 드셨다. 고기를 다 드신 후 우리는 된장찌게를 두분은 비빔 냉면을 시켜 남김없이 싹 비웠다.
후식으로 커피 한 잔을 하고 식당을 나서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상계동 집으로 올라오는 길도 갈 때 못지않게 차가 밀렸다.
모두들 집 고치고 부모님 모시러 나왔나보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장모님께서는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장인 어른께서도 자식들과 차 타고 다니며 비도 보고 한강도 보고 자식 집에 가니 차가 막히고 시간이 걸려도 좋다고 하셨다.
 
집에 도착해 둘러 보시고는 참 좋다며 수리를 잘 했다고 하시며 좋아하셨다. 집에는 이미 큰 손녀가 학교에서 돌아와 있다 두 분께 인사를 드리니 이렇게 많이 컸구나 하시며 길에서 보면 몰라보겠다 하셨다.
5시가 되어 아내가 아들 집에서 나머지 두 증손인 둘째 손녀와 막내 손자도 집으로 데리고 와 인사를 시켰더니 좋아하셨다.
 
저녁은 집에서 아내가 된장찌게를 끓이고, 한우불고기를 볶고, 제주산 갈치를 구워 내고 김치와 몇 몇 밑반찬으로 한 상을 뚝딱 차려냈다.
두 분은 딸 집에서 이렇게 맛있는 밥상을 받으니 너무 좋구나 하시며 한 그릇씩 잘 드셨다.
후식으로 복숭아와 체리를 드시고 증손들 재롱을 보며 좋아하셨다. 8시가 조금 넘어 새아가가 퇴근하며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올라와 인사하니 아이들 키우고 회사 다니느라 수고한다며 안아주시고 장하다고 등 두드려주셨다.
새아가가 두 분께 명함을 드리고 하는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드리니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 하며 흐믓해하셨다.
잘 시간이 되어 안방을 내드리며 쉬라 하시니 미안해 하시면서도 흐믓해하셨다.
우리 부부는 거실의 소파에서 자기로 했다. 이번에 새로 장만한 소파는 크고 넓어서 둘이 누워도 편안했다.
물론 발바닥을 맞대고 반대로 누웠지만. 가끔은 넓은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 자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오늘은 조금 일찍 돌아왔다.
작은 아들은 어제 저녁에는 일이 많아 늦게 들어오고, 또 오늘 아침에는 일찍 나가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못 뵙고 가 섭섭하다며 편지글과 용돈을 봉투에 담아 식탁에 놓고 나갔다. 두 분은 성덕이가 이런 걸 두고 갔다며 자랑하셨다.
작은 아들은 안산에서 두 분 곁에 살 때 태어나 안산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정이 깊다.
아침으로 아내가 늘 드시던데로 여러가지 과일로 주스를 만들어 드리고 빵과 커피를 대접했다.
덕분에 나도 오늘 아침은 빵과 주스로 대신했다.
 
11시가 되어 집 뒤 수락산 무장애 데크 길을 걸어 먹자 골목으로 향했다. 두 분은 1.7km의 무장애 데크 길을 두번 쉬고는 정정하게 걸으셨다. 숲길이 참 좋다며 좋은 곳에 산다고 하셨다.
숲길을 걸어 먹자 골목에 있는 장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수락산 가잿골 수제비로 갔다. 장모님께서는 이 집의 감자수제비는 난질난질하다며 좋아하셨다.
국어사전에서 난질난질은 물체가 약간 물러지도록 자꾸 힘없이 조금 처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인데 감자 수제비가 쫀득쫀득하며 부드럽게 씹히는 느낌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
순한 맛과 보통 맛을 두 그릇 씩 시켰는데 두 분 다 매운 것도 잘 드셨다.
순한 맛과 보통 맛을 섞어 수제비를 국물까지 완국하셨다.
 
수락산 입구 쉼터에서 아내와 함께 쉬시라고 하고 혼자 집으로 가 차를 가지고 가 두 분을 태우고 상계역으로 향했다.
다시 군포 당동까지 모셔다 드린다고 하니 그 먼길을 갔다 오지 말고 당신들이 지하철을 타고 갈테니 걱정말라고 하시며 말리셨다.
상계역에서 아내가 두 분을 따라 내려 배웅을 했다.
아내가 플렛폼까지 따라가 지하철을 태워드리고 나오는 동안 나는 차를 가지고 역 주변 동네를 한바퀴 돌아 다시 역으로 가 아내를 태우고 집으로 왔다. 아내는 부모님을 모시고 일박이일을 보내서 참 좋았다며 기뻐했다.
깨끗하게 차려놓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해 그동안 마음 고생을 했구나 싶어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늦게라도 이렇게 모셨으니 조금은 위로가 되어 다행이다. 고마운 일이다.
 
아내가 친정으로 전화를 해보니 잘 도착하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