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은아들이 쓴 시

밤처럼 검은 이의 나처럼 검은 눈에서

by 눈떠! 2007. 1. 19.
 

밤처럼 검은 이의 나처럼 검은 눈에서

                                                                                                         한 성 덕


밤처럼 검은

그의 눈에서

하얀 빛을 읽었다.

상록수 역-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전철역에서

나처럼 홀로 선

그의 눈에서

나는 어째서 낯익음을

느꼈을까

하와이 그 머나먼

땅에서 파인애플을 일궜을

그들의 피가 나에게도 흐름일까

사할린 그 차디찬

갈대밭 습지에 주저앉아 울음울던

그들의 눈물이 나에게도 있음일까

깡마른 아이들

큰 눈망울 등에 지고

착하게 웃어줄

아내 눈에 담고

바다를 건넜을-

난 겪지 못한 그들의 꿈을

꿈속에서 겪어보았던 것일까


뼈를 삭이는 노동,

땀방울 땀방울 그 한 방울에

맺혀 흐르리라 믿은 꿈들은

얄팍한 봉투로 가슴에 내쳐지고

잘리운 손목 들고

절규하는 동료의 검은 눈물을

외면하고 다시 묵묵히

손에 스패너를 잡을

그의 쓴 웃음을 나도 아는 것일까


4호선 전철

따라 걸어간

상록수역,

아는 이 하나 없던

그 쓸쓸한 공간에서

슬핏 스쳐본

그 검은 이의

나처럼 검은 눈에서

나 조용히 슬픔을 읽었다                                                                     2005.9.30

 

* 민주화 운동 기념사업회 문학공모전 민족문학 작가협의회 이사장 상 수상작품.

                                    


'작은아들이 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래침  (0) 2007.02.12
한선생의 꽃  (0) 2007.02.12
다친 새는 화살을 뽑지 않는다  (0) 2007.02.12
4월의 꽃  (0) 2007.01.19
가장 커다란 개미  (0) 2007.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