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처럼 검은 이의 나처럼 검은 눈에서
한 성 덕
밤처럼 검은
그의 눈에서
하얀 빛을 읽었다.
상록수 역-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전철역에서
나처럼 홀로 선
그의 눈에서
나는 어째서 낯익음을
느꼈을까
하와이 그 머나먼
땅에서 파인애플을 일궜을
그들의 피가 나에게도 흐름일까
사할린 그 차디찬
갈대밭 습지에 주저앉아 울음울던
그들의 눈물이 나에게도 있음일까
깡마른 아이들
큰 눈망울 등에 지고
착하게 웃어줄
아내 눈에 담고
바다를 건넜을-
난 겪지 못한 그들의 꿈을
꿈속에서 겪어보았던 것일까
뼈를 삭이는 노동,
땀방울 땀방울 그 한 방울에
맺혀 흐르리라 믿은 꿈들은
얄팍한 봉투로 가슴에 내쳐지고
잘리운 손목 들고
절규하는 동료의 검은 눈물을
외면하고 다시 묵묵히
손에 스패너를 잡을
그의 쓴 웃음을 나도 아는 것일까
4호선 전철
따라 걸어간
상록수역,
아는 이 하나 없던
그 쓸쓸한 공간에서
슬핏 스쳐본
그 검은 이의
나처럼 검은 눈에서
나 조용히 슬픔을 읽었다 2005.9.30
* 민주화 운동 기념사업회 문학공모전 민족문학 작가협의회 이사장 상 수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