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새는 화살을 뽑지 않는다
한 성 덕
산을 날으던 작은 새 하나
네 화살에 가슴을 뚫리어
깃을 털으며 허청였다.
널 보던 날,
네 가슴이 널 보던 날
작은 새만큼 서투르던 가슴은
깊다란 화살 끝에
꿰여 허청였다.
상처인줄 화살인줄 모르고
허둥이던 작은 새가
흐르는 상처를 보고야
그 아픔을 알 듯 이
난 네가 없어지고서
내 가슴의 화살을 보았다.
화살에 맞던 날,
내 가슴이 꿰뚫린 날
가슴에 새긴 상처는 커지고 커져
내 가슴은 더 이상
날갯짓을 하지 못하였다.
어색함으로 얼룩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화살을 뽑지 않았다.
더 이상 날지 못하여도
가슴을 찌르는 아픔,
화살에 뚫리운 고통이
뽑은 고통보다 낫다고 믿었기에
그만큼 어리석었으니까
그만큼 서툴렀으니까
난 자랄 것이다.
아직은 작은 새이니
깃들이 자라 상처를 덮고
이 서투름마저 오래된 껍질처럼
벗어버리는 날
흉터를 잊어버리는 날
그렇지만 언젠가,
작은 올가미에 걸려
마지막 숨을 몰아 쉴 때에
다시 작은 새의 부리로
네 얼굴을
가슴의 화살을
내 주름진 눈 속에서 볼 것이다.
그때에도 단단히 박혀있을 그 화살을.
화살을 뽑은 상처가
화살에 박힌 아픔보다 크다는 것을
믿고 있기에,
단단히 박혀있을 그 화살을
화살에 뚫린 작은 새
덫에 걸리어 울음을 멈출 때에도
화살은 여전히 그의 몸에
박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