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은아들이 쓴 시

다친 새는 화살을 뽑지 않는다

by 눈떠! 2007. 2. 12.
 

다친 새는 화살을 뽑지 않는다

                                                                                    한 성 덕

산을 날으던 작은 새 하나

네 화살에 가슴을 뚫리어

깃을 털으며 허청였다.


널 보던 날,

네 가슴이 널 보던 날

작은 새만큼 서투르던 가슴은

깊다란 화살 끝에

꿰여 허청였다.

상처인줄 화살인줄 모르고

허둥이던 작은 새가

흐르는 상처를 보고야

그 아픔을 알 듯 이

난 네가 없어지고서

내 가슴의 화살을 보았다.


화살에 맞던 날,

내 가슴이 꿰뚫린 날

가슴에 새긴 상처는 커지고 커져

내 가슴은 더 이상

날갯짓을 하지 못하였다.

어색함으로 얼룩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화살을 뽑지 않았다.

더 이상 날지 못하여도

가슴을 찌르는 아픔,

화살에 뚫리운 고통이

뽑은 고통보다 낫다고 믿었기에


그만큼 어리석었으니까

그만큼 서툴렀으니까


난 자랄 것이다.

아직은 작은 새이니

깃들이 자라 상처를 덮고

이 서투름마저 오래된 껍질처럼

벗어버리는 날

흉터를 잊어버리는 날

그렇지만 언젠가,

작은 올가미에 걸려

마지막 숨을 몰아 쉴 때에

다시 작은 새의 부리로

네 얼굴을

가슴의 화살을

내 주름진 눈 속에서 볼 것이다.

그때에도 단단히 박혀있을 그 화살을.

화살을 뽑은 상처가

화살에 박힌 아픔보다 크다는 것을

믿고 있기에,

단단히 박혀있을 그 화살을


화살에 뚫린 작은 새

덫에 걸리어 울음을 멈출 때에도

화살은 여전히 그의 몸에

박혀 있었다.

'작은아들이 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래침  (0) 2007.02.12
한선생의 꽃  (0) 2007.02.12
4월의 꽃  (0) 2007.01.19
가장 커다란 개미  (0) 2007.01.19
밤처럼 검은 이의 나처럼 검은 눈에서  (0) 2007.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