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이다. 성당에서는 이날 일년간 사용할 초를 축성한다.
그런 행사를 통해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초를 본받아 자신의 모든 것(부족하고 모자란 것조차)을 봉헌하여 예수님처럼 잘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새벽 미사를 다녀와서 집안의 초를 꺼내 보았다.
결혼식 때 제대에서 사용한 초를 콘솔시아 수녀님께서 결혼 생활중에 기도 많이 하라며 챙겨 주셨는데 아끼느라 쓰지 않고 보관하다 새월의 무게로 휘어지고 비틀...어진 혼배 미사 초.
그리고 지금은 춘천 교구장이신 김운회 주교님께서 ME 교육 수료 때 행복하게 살라며 주신 초. 이 초는 그래도 묵주기도하며 많이 불을 밝혔다 .
큰 아이 방안에 성모님 곁은 지키는 초.
작은 아이 영세 기념으로 주례 신부님이신 도신부님께 선물 받은 초는 비닐도 뜯지않고 그대로 있다.
그리고 아버지 장례를 지켜준 가장 자신을 많이 태운 초.
그리고 어머니께서 일년간 기도할 때 쓰라며 작년 주님 봉헌축일에 선물해 준 축성 받은 초가 집안을 지키고 있다.
마치 더 치열하고 열심히 살지 못한 아쉬움 많은 내 삶을 나타내는 것처럼 태우지 못한 초를 바라보니 마음이 찡해온다. 주어진 소명이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일인데 그 긴 세월 그냥 구석자리에서 버티느라 속으로 눈물 깨나 흘렸을 우리 집 초들에게 미안하고 기도하라고 주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 그지없다.
올해는 열심히 살아 저 초들을 모두 태울 수 있길.

'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명동에서(2013년 2월 26일) (1) | 2013.02.28 |
|---|---|
| 2013년 졸업식 (1) | 2013.02.28 |
| 모현 호스피스 병원(1) (0) | 2012.08.31 |
| 아버지와 함께 기억되는 모현 호스피스 병원 (0) | 2012.08.31 |
| 산 사베리아 꽃을 나누며....... (0) | 2012.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