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정년을 맞아 떠나는 정재준 선생님을 보내며

눈떠! 2021. 3. 1. 18:22

그대 가시는군요
동성에서 함께한 지난 35개 성상을 뒤로 하고
그대 떠나시는군요.

빛나는 젊음으로 손잡고 혜화동 교문을 들어서서
아이들 맞이하고 가르치며 백묵가루로 손가락 물들이더니
그 가루 검은 머리마저 물들여 흰머리를 뒤로하고
그대 떠나시는군요.

검은 뿔테 안경, 장발의 깊고 그윽한 눈길로
아이들 일깨우고
선배 교사들 성심껏 받들며
후배 선생님들 따뜻하게 다둑이고
부드럽되 줏대있고 유연하되 꼿꼿한 선비되어
동성의 지훈으로 샛별의 동산을 지키더니
그 숱한 날들을 뒤로하고 그대 떠나시는군요.

최류가스 자욱하던 격동의 세월 속에서
J.J.J. 진진막잔 진막잔 기울이던 림스치킨을,
흙먼지이는 운동장 우뚝선 수문장으로 지키던 축구 골대를,
프로선수 부럽지 않은 폼나는 서비스와 강력한 스트로크를 날리던 테니스코트를,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삼각산을 오르던 그날들을,
교사 레지오 묵주기도 소리를 뒤로하고
그대 떠나시는군요.

정원의 새싹이 초록을 움트기도 전
폴폴 나린 눈녹고 차운 겨울비 보태니
정재준 선생님.
그대 떠나보내는 아련한 마음에
오는 봄은 빛나지 않겠지만
동성을 떠나는 것은 선생님의 몸이고
온 교정에 알알이 새겨진 그대 자취는
이곳의 터줏대감되어 남은 이들을 지켜주리니
혜화동 언덕의 별들은 그 힘 받아 더 더욱 빛날겝니다.

정재준 선생님.
혜화동 샛별의 언덕을 뒤로하고 훨훨 날아오르시길.
빛났던 그 시절을 추억하고 이제 더 빛날 시간들을 만나시길.

정재준 선생님
그대 떠나시는군요.
그대 잘 가십시오. 더 높이 더 멀리.....

2021년 2월 4일 한상훈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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