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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맞는 유한희 선생님을 떠나 보내며(2021.7.19)

눈떠! 2021. 8. 23. 20:59

유한희 선생님 정년에 보내는 섭섭함을 담아 읽으려고 쓴 글입니다.
직접 읽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단 오늘은 글로 보냅니다.

"유한희 선생님.

우리는 한날 한시에 태어나진 않았지만 85년 같은 해 동성학교에 들어왔지요.

지금은 우람한 강당, 종교관, 층층계 계단이 되어있지만 교문을 들어서면 교련을 하던 운동장과 조그만 단층 강당 그리고 돌 축대위에 아름드리 측백나무로 포근히 감싸인 교사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지요.
지금은 밝고 유쾌한 선생님이시지만 그 당시 유선생님은 수줍음 많은 영남 시골 선비같은 분이셨습니다.

함께 지낸 추억 중 가장 생각나는 일은 유선생님과 87년 6월항쟁의 현장에 간 일입니다. 
자욱한 최류탄 연기와 명동입구 대연각호텔 앞 버스정류장에 내리자 마자 바로 앞에서 터진 일명 지랄탄으로 눈물 콧물 다 빼고 집회장소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마도 그런 경험으로 유선생님은 전교조 조합원의 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켜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부드럽지만 뚜렷한 주관과 불의를 참지못하는 강직함이 깊고 넓은 지식으로 버무려져 미소 띤 얼굴에서 유머와 해학으로 흘러나올 땐 고고한 선비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킵니다.

지난 세월 유선생님께서는 학교 도서관이 존재해야하는 이유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늘 책을 가까이하고 책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주변에 나눠주었습니다. 자신의 지식을 잘난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움과 깨달음에 대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천상 선생님의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젊은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선정되셨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렸습니다. 
책을 가까이하는 것이 한 사람을 얼마나 깊고 멋지게 변화시키는지를 몸소 보여주셨지요. 하긴 바탕이 선하고 좋은 분이셨기에 가능했겠지만 말입니다.

유선생님을 떠나보내면서 하고픈 말이 하나 둘이겠습니까? 
석별의 정을 나누자면 몇 날 몇 일인들 아쉽지 않겠습니까만 시조 몇 자로 아쉬움을 달래고 선생님을 보내드립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에 마음실어
한없이 넓고넓은 바다를 그렸더니
희한타! 유한희 선생님 그대 모습 떠올라.

유구한 빛난역사 혜화동 동성에서
한없는 정성으로 아이들을 품었으니
희망의 밝은 촛불로  새 삶을 밝히소서.

유한희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2021년 7월 16일. 
마지막 남은 입사동기 한상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