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30일 사순 제 4주일
앞다퉈 피는 꽃들을 시샘하듯 어제 눈이 나리더니 오늘 아침 새벽 미사갈 때 기온이 영하 3도로 떨어졌다.
봄이 왔다고 생각했어여선지 한 겨울 날씨보다 더 을씨년스럽고 쌀쌀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성당에 들어서니 제대에는 연분홍 초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사순시기이지만 그래도 다가올 부활의 기쁨을 표현하듯 신부님 제의도 연분홍으로 화사했다.
신부님께서 강론 시작하시며 남자는 역시 핑크라며 웃으셨다.
오늘 복음 말씀은 가장 많이 알려진 말씀 중 하나인 돌아온 탕자의 비유이다.
유산을 미리 나누어 받고 타지에 나가 흥청망청 쓰고 기근이 든 그곳에서 돼지먹이조차 먹지 못해 아버지 집으로 다시 돌아온 작은 아들 이야기. 그 돌아온 작은 아들을 위해 살찐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 아버지에게 들에서 일하다 돌아온 큰아들이 투덜거리자 아버지가 하는 말씀이 "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아우는 죽었다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고 하신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행동에 관계없이 판단하시고 용서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지만 속상하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라는 고백으로 용서받는 작은 아들이 오히려 부럽기까지 하다. 하느님의 사랑이 크시고 작은 아들을 용서하는 권한도 아버지께 있지만 아버지 곁을 지키며 열심히 일한 큰아들이 화를 내는 것을 교만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열심히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종종거리며 산 것이 허무할 때가 있다.
분명 무엇을 바라고 그렇게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대충 살면서 자신이 누릴 것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테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을 누리며 살지 않나 하는 부러움이다.
그리고 잠깐 아니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살진 송아지 고기를 먹고 즐기지 않나 싶다.
긴 세월 살며 깨달은 것이 겨우 요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작은 아들처럼 살아보고 싶다. 물론 내가 큰아들처럼 아버지 곁에서 열심히 살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주님!
방탕한 생활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작은 아들의 마음을 제게 주시어 제가 지은 죄를 고백하게 하소서.
그리고 주님의 너그러운 자비심으로 저를 용서하시고 받아주시며 제게도 살찐 송아지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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