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석
올 추석에는 큰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처외가들이 살고있는 호주로 여행을 가서 어머니, 작은 아들 내외와 단촐하게 지내게 되었다. 둘째 며느리는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시집 추석 예절에 긴장했을 테지만 그래도 즐겁게 참여한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때 제사나 차례를 가톨릭 예절로 바꾸셔서 예전처럼 전이며 나물, 탕, 과자, 과일등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일을 하지는 않지만 내가 주장해서 설과 추석에 만두와 송편은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것만은 이것만은 내가 건강한 동안은 지켜나가고 싶다.
우리 집 송편은 강원도식 밤 송편이다.
밤을 까는 일은 남자들 몫이다. 제사나 명절이면 돌아가신 할아버지, 아버지의 밤까는 모습들이 떠오른다.
할아버지께서는 조그만 주머니 칼로 밤을 치셨고 아버지께서는 밤까는 가위와 식칼을 이용해 밤을 까셨다.
아내가 이번에도 밤을 세봉지, 3kg을 사와서 나 혼자 까느라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내게 오른손 물집은 추석을 잘 지냈다는 훈장이다. 깐 밤을 송편을 빗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 흑설탕에 버무려 놓는다.
다음은 쌀가루를 뜨거운 물 로 익반죽을 한다.
대야에 쌀가루를 적당히 부어 놓고 커피포트로 뜨겁게 데운 물을 가루위로 조금씩 따르며 반죽을 한다.
삼년 전부터 쌀가루를 반죽하는 일은 아들들에게 넘겨줬다.
반죽은 반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얼마나 많이 오래 치대느냐에 따라 송편 맛이 좌우된다.
반죽을 몇 덩이 치대노라면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작년에 덜 치대는 바람에 송편이 퍽퍽했어서 올 해는 더 많이 치대느라 작은 아들이 고생을 좀 했다.
아랫집에 덜 울리게 방석을 여러장 깔고 하지만 그래도 울림이 있을텐데 너그럽게 이해하는 고마운 이웃이다.
올 해는 둘째 새아기도 해보고 싶다고 해 반죽쳐대기에 동참해 송편이 더 쫀득하니 맛있게 되었다.
이렇게 반죽과 밤이 준비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빗는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반죽을 손위에서 동그랗게 말고 눌러 편 후 밤을 넣고 각자 개성대로 빗지만 강원도식 송편은 손가락 모양이 나게 양손으로 꾹 눌러 마무리를 한다.
매년 처음에는 자그마하고 예쁘게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송편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
송편을 적당히 빗으면 아내는 들통에 찜기를 걸치고 광목천을 두르고 찌기 시작한다.
이렇게 찐 송편은 참기름을 바르고 대야에 부어 식힌다.
첫 송편이 나오면 차례상에 올릴 한 접시 담아 놓고 둘러 앉은 사람들 입에 하나씩 넣어준다.
한편으로 손을 놀려 송편을 빚으며 입에 넣어 준 송편을 먹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맛이다.
나는 이 송편에 조상으로부터 전해오는 전통과 함께 둘러 앉아 빚는 사람들의 연대와 정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세상 그 어느 곳에 없는 우리 집안에만 있는 우리 가족만의 정과 전통이 이 송편에 담겨 있다고 믿는다.
송편은 항상 넉넉나게 빚어 처가나 사돈댁에도 보내고 형제들과 나누어 먹는다.
한 번이라도 먹어 본 사람들은 다들 우리집 밤송편을 좋아한다. 그것은 송편에 들어있는 우리 집 맛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이 송편과 함께 손주들에게 그리고 그 후손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것은 나만의 꿈일까.
추석날 새벽 미사에 작은 아들과 참석하여 조상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아침에 모여 어제 빚은 송편과 동생들이 보내준 사과, 배 그리고 커피를 올린 후 연도를 드렸다.
올 추석은 이렇게 지나갔다. 아침을 먹은 후 작은 아들 내외는 짐을 들고 태백 처가로 떠났다.
자기들이 열심히 만든 송편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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