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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의 날 (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눈떠! 2008. 12. 14. 12:00
제목
동성의 샛별들에게(성모님과 함께에서 학생에게 보내는 편지)
이름
한상훈
등록일
2008-05-19:13:04
조회수
 
파일
 
 <  동성의 샛별들에게  >
복도를 걷다보면 창으로 보이는 운동장 풍경과 신학교 쪽 동산에 온통 생명의 빛이 반짝입니다.
수업 중에 문득 정원을 바라보느라 넋을 잃은 창가의 아이들을 보노라면 차마 공부하라고 야단치기가 미안할 지경입니다.
찬 기운을 이기고 꽃이 피어나는 4월도 좋은 계절이지만 온갖 나무와 풀들이 다투어 자라나고 따뜻한 기운이 넘쳐나는 이 오월이야말로 성모님의 달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마치 어머니 가슴에 안긴 아이 같이 저마다의 기운으로 피어오르는 저 많은 생명이 바로 우리 동성의 아이들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느 날 미사 시간에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강론 내용이 내 마음을 흔들어 여러분에게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를 통해 수많은 좋은 것들을 청하곤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 모두에게 넘칠 만큼 많은 좋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단, 그 선물의 포장을 고통이라는 보자기로 싸서 주셨답니다. 보자기를 끌러 선물을 받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라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성모님께서도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리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주변의 온갖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예 하고 응답하셨기에, 또, 사랑하는 아드님이신 우리 주 예수님께서 피땀 흘리시며 십자가에 매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고통을 감내하셨기에 오늘 우리의 어머니로 서시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떠하셨습니까? 아마도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보자기에 싸인 선물을 받으셨기에 우리의 주님이 되신 것이 아닐까요.


그 누구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않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고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더 큰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이겨낼 때, 정말 커다란 기쁨의 선물이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은 아무런 고통에도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어떤 고통에도 뛰어들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그는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성장할 수 없으며, 살고, 사랑할 수 없습니다.
기꺼이 고통에 뛰어드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동성의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막 피어오르는 저 새순과 같습니다.
아침에 세수하면서 보는 거울 속에서 머리 모양만 만질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입니다.
그리고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답하십시오. 나는 그 어떤 고통도 기꺼이 이겨내고 내 삶을 아름답게 가꿀 것이라고 말입니다.
   
에머슨이라는 시인이 쓴 글로 여러분에 대한 제 소망을 대신할까 합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평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사랑하는 우리 동성의 학생 여러분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기 위하여,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과 우리의 삶이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착하게 그리고 이웃과 손잡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고통이라는 포장을 용감하게 풀고 주님께서 주신 선물을 기쁘게 받는 젊은이길 기원합니다.

 
자애로운 어머니이신 성모님!
저희 동성의 학생들을 기억하시고 이 아이들이 자신과 이웃을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선물을 즐거이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2008년 성모성월에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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