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3학년 2반 친구들에게
정말 쏜살같이 아니 꿈결같이 1년이 흘렀구나.
3학년 2반 교실에 들어서서 너희들을 만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치고 졸업이 다가 왔구나. 2반은 담임선생님의 차분한 성격을 그대로 닮아서인지 참으로 조용한(?) 반이었다. 누구나 나름 좋아하는 반 분위기가 있는데 내 취향은 조용한 반보다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반을 좋아해서 사실 조금 힘들기도 했단다. 가끔은 교실에 나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었지. 특히 5교시의 적막감이란 참으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것이 너희들만의 문제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 재미있고 더 활발한 활동을 끌어내지 못한 내 탓이 더 컷으리라 생각하며 새로운 수업 방법에 대해 고민했지만 딱히 대안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아무튼 나름의 부푼 꿈을 안고 만나 지난 일년을 열심히 공부했겠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는지 모르겠다. 올 한해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룬 친구도 있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지만 너희들의 삶은 아직도 준비 단계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수능 시험을 보고, 대학 입시를 치르고,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특별한 한 페이지를 넘기긴 하지만 이런 대단해 보이는 일들도 너희들이 앞으로 겪어갈 수많은 일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삶의 큰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이것은 정말 중요한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도 틈나는 대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2반 친구들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첫 번째 방송과 언론을 통해서 들은 사람도 있겠지만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지라니 소년 소녀 합창단에 관해서란다. 이 아이들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 위치한 고르고츠(스와힐리어로 쓰레기라는 뜻)라는 마을에서 온 합창단인데 이 아이들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렇게 이야기 했단다.
“ 나의 꿈은 굶어 죽지 않고 언젠가 다시 한국을 찾아 노래하는 것”
“ 내년에도 굶어 죽지 않고 잘 자란다면 파일럿이 되고 싶다” 등등 이다.
굶어 죽지 않는 다면........ 하고 싶다. 우리는 이 말의 의미을 알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하쿠나 마타타: 문제 없어, 잘 될거야.>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며 나는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단다. 적어도 굶어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고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갖지 못했음을 불평했었나하고 말이다.
대학을 가든, 재수를 하든, 아니면 세상에 나아가든 너희들은 좀 더 용감하고 확신에 차서 자신의 꿈을 세우고 도전하길 기원한다. 자신이 꾸는 꿈이 무엇인지, 정말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만큼 자신을 단련하길 바란다. 너희들 하나 하나의 꿈을 향한 노력이 결국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원동력임을 기억하길.......
두 번째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란다.
이 말씀은 해방이후 남북이 각각의 정부를 수립하려는 혼란기에 단일 정부를 세우기 위해 애쓰시며 하신 대담기사이다.
< 세상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과 수단이 어찌 한두 가지에 그칠 것인가. 땀을 흘리고 먼지를 무릅쓰고 노동을 하는 것보다 은행 창고를 뚫고 금품을 도취(盜取)하여서 안일한 생활을 하는 것도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고, 청빈한 선비의 정실이 되어 곤궁과 싸우기보다 차라리 모리배나 수전노의 애첩이 되어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도 가장 현실적인 길일지 모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냐 사도(邪道)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기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비록 구절양장(九折羊腸)일지라도 그것이 정도라면 그 길을 택하여야 하는 것이요, 진실로 이것만이 인도인 것이니 여기에 있어서는 현실적이니 비현실적이니 하는 것은 전연 문제 외의 문제인 것입니다. >
세상을 바르게 산다는 것은 정말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다.
이렇게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2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나 자신도 바르게 산다고 자신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어려운 길에 동참하라고 권하고 싶구나.
우리가 산다는 것은 결코 쉽고 편하고 자극적인 것만을 쫒아 다니기엔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안중근 의사께서도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익을 보면 옳음을 생각하고 나라의 위태로움에 목숨을 바쳐라” 라는 뜻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특히 물질에 유혹되기 쉽고 이기적이기 쉽단다. 하지만 정말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함께 누릴 수 있는 그 무엇에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쉽고 편한 길만이 아닌 옳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지니길.
세 번째, 랄프 왈도 에머슨이라는 미국 시인이 쓴 시 한 편을 함께 읽어주마.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평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어떠니?
너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기 위하여,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면 좋지 않을까?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란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과 우리의 삶이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너희들이 진정 원하는 성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 성공을 꼭 이루길 기원한다.
들려 줄 이야기가 하늘만큼 많지만 마지막으로 신영복 선생님의 시로 마무리 하련다.
"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재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그렇단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하루는 끝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란다.
뒤돌아보지 말고 훨훨 날아가거라.
너희들 모두의 삶 깊숙히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길.......
2009년 12월 8일
수학을 일년 간 가르친 선생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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