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쑤시고 결린다.
퇴직을 하고 나니 가장 먼저 변한 것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다.
학교에 나갈 때는 5시 10분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씻고 5시 50분에서 6시쯤 집을 나서면 오후 5시 40분쯤 집에 도착하는 규칙적인 삶이었다.
그런데 이제 학교 갈일이 없으니 눈이 떠져도 일어나 않고 밍기적거리다 다시 잠이 들어 9시쯤 허리가 아파서 다시 눈을 뜨는 지경에 이르렀다.
잠을 10시간 가량 잔다는 것은 고역에 속한다. 충분히 자니 상쾌해야 할텐데 오히려 허리도 아프거니와 머리도 몽롱하고 띵한게 기분도 별로고 하루 종일 컨디션이 엉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가 너무 의미없이 짧아 허무하기까지 하다.
몸도 찌뿌둥하니 기운이 없고 책을 읽어도 집중이 안되는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아침 시간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냥 일어나 산책을 하거나 뒷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면 되겠지만 그것보다 조금 강력한 규칙을 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 주 수요일(2월 15일) 돈을 들여 체육관, 즉 헬스클럽에 등록을 했다. 그것도 6개월 짜리로. 사실 일년권을 끊으려고 갔는데 6개월이 제일 길어 그것으로 질러버렸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운동은 주로 운동장과 테니스장, 체육관 시설을 이용했다.
30대 초반에 아이들과 축구를 하다 허리를 다쳐 의사의 권유로 수영장을 20년 넘게 다니긴 했지만 그것은 저녁 시간이었지 하루의 시작 시간은 아니었다.
이제는 아침을 여는 첫 행동이 운동을 하러 헬스장으로 가는 것이 되었다.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닌 취미활동을 하러 일어나다니 나도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삶을 살게 되었다.
6시 50분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와 삶은 계란 한 알을 까먹으며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헬스 가방을 둘러 메고 7시 10분에 집을 나서 자전거를 타고 헬스장으로 간다.
첫날엔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갔지만 어차피 운동하고 샤워를 해서 이튿날부터는 그냥 간다.
가방 안에는 회원권, 여분의 마스크, 앙말과 속옷, 체육복 한벌, 수건과 세면도구, 그리고 물통이 들어 있어야 하는데 매일 무언가를 빠트리고 간다.
어제는 물통을, 오늘은 세면도구 가방을 빠트리고 갔다. 그래도 어쨌든 운동은 하고 왔다.
코로나로 인해 컵을 치워 정수기를 사용하려면 개인 물병이 있어야 하지만 목이 마르면 세면장 수돗물을 손으로 떠 마시면 되고 샤워장에 세숫비누는 있으니 샴푸 대신 사용하면 된다.
기왕 빠진 머리 비누로 감는다고 얼마나 더 빠지겠는가.
헬스장에 들어서면미리 가져다 놓은 갈아신고 우선 복근 운동 기구와 아령이 있는 방으로 간다.
준비운동으로 맨손 체조로 팔, 다리, 허리, 몸통, 옆구리, 어깨, 목운동과 제자리 뛰기를 10분 가량 하며 몸을 풀어준다. 그리고 복근 운동 기구를 이용하여 20회, 4세트 윗몸 일으키기를 한다.
그동안 안하던 복근 운동을 하니 웃어도 배가 아프다.
다음은 턱걸이를 할 수 있는 기구로 가서 역시 12개 4세트를 한다.
그냥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면 보통은 3-4개, 많이 해봐야 7개 정도였고 최근에는 어깨가 아파 매달리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무릎을 올리고 판을 이용해서 몸무게를 줄일 수 있어 턱걸이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며칠 해보니 어깨 근육도 풀리는 것 같고 통증도 줄어 들어 온전히 내힘으로 10개 정도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할 생각이다.
다음은 다리 운동이다.
다리 오무리기와 다리 벌리기 기구가 바로 붙어 있다. 넓적다리의 안쪽과 바깥쪽 근육을 자극하는 운동을 역시 20개 4세트씩 한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자제를 하며 적당한 무게로 하고 있다.
바로 옆에 윗쪽 복근을 단련하는 기구와 다리를 고정하고 윗몸을 엎드렸다 펴는 운동으로 등근육을 단련하는 기구로 가 복근은 16개 4세트, 등운동은 20개 4세트를 한다.
처음 한 복근 운동으로 아픈 배가 다시 자극을 받고 등도 뻐근해진다.
다음은 이두박근 운동기구와 당기면서 등운동을 하는 기구를 번갈아 사용한다. 팔은 16개 4세트, 등은 20개 4세트를 한다. 무게를 욕심내지 않으려고 자제하지만 나도 모르게 유혹이 들곤 한다.
다음은 가슴운동 기구다. 벤치 프레스를 하지 않고 팔이 따로 움직이며 모아지는 기구를 쓴다.
벤치 프레스가 좋긴 하지만 부상의 위험없이 가볍게 할 수 있어 이 쪽을 선택했다.
앉아서 하는 것과 누워서 하는 것 두개가 바로 옆에 있어 번갈아 가며 가장 가벼운 무게로 각각 16개씩 4세트를 한다.
그리고 다리운동으로 누워서 미는 기구를 사용하여 16개씩 4세트를 하고 마무리로 런닝 머신을 이용해 유산소 운동을 한다. 6km/h 로 400m, 8km/h로 200m, 10km/h로 400m, 12km/h로 400m, 다시 10km/h로 200m, 8km/h로 200m, 6km/h로 400m 정도걷고 뛰고 걷고로 마무리했다.
그러면 총 운동 시간이 1시간 50분 정도 걸렸다.
처음이어서 무게를 가볍게 시작했는데도 걷기외에는 평소 안하던 운동을 시작하니 온 몸이 결리고 쑤신다.
그러나 그 느낌은 피곤하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무언가 기분 좋은 것이다.
그리고 9시 20분 쯤 아내와 마주 앉아 아침을 먹으면 그 맛이 꿀 맛이어서 밥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또 머리도 맑고 깨끗해 기분도 상쾌하니 그 다음은 책을 읽어도, 글을 써도, 어린이 바이엘을 쳐봐도 집중이 잘 되니 하루가 행복하다.
우선은 이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마음껏 즐길 생각이다. 베란다 창밖으로 파란 하늘에 옅은 흰 구름이 날려있고 밝고 환하게 해가 비치고 있다.
곧 꽃샘 추위가 봄을 시샘하겠지만 그래도 새싹은 움틀 것이고 꽃몽오리는 기지개를 펴겠지.
하루를 시작하는 규칙은 정해졌으니 그 다음을 즐겁게 채워넣을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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