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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고 62회 아이들이 마련해 준 퇴임식

눈떠! 2023. 2. 26. 14:07

2023년 2월 23일.

동성고등학교 62회 졸업생들이 학교 근처 대학로 대명거리에 참치 횟집을 하나 통째로 빌려 성대한 퇴임기념식을 열어 주었다.
 
이 아이들은 나와 함께 동성고등학교에 들어 온 아이들이다. 나는 부임을 아이들은 입학을 했다.
아이들은 어쨌든 학교에 같이 온 입교동기(?) 라고 주장한다.
아이들은 오늘 그 어떤 곳에서 주는 것보다 자랑스럽고 고마운 "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패를 줬다.
그곳엔 부끄럽게도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부상과 함께 많은 선물도 진심어린 사랑을 담아서 주었다.
이제는 다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연륜이 쌓여 함께 늙어가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선생이라고 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맛있는 회초밥을 저녁으로 먹고 여러 부위의 맛난 참치회와 튀김을 안주로 술을 먹으며 40년 전 학교 다닐 때 추억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동성고등학교는 내 첫 부임지이자 평생을 산 곳이다.
사실 87년 6월 학군 20기로 제대를 하고 두달을 실업자로 놀았다.
당시는 경기가 좋은 때이어서 제대 전에 모두 취직을 했는데 나는 선생이 되겠다고 취직을 하지 않았다.
사단 본부 앞에서 제대 신고를 할 때 동기생 37명 중 유일하게 취업을 하지 않은 한 사람이었다.
신고를 받고 일일이 악수를 하며 어느 곳에 취업했는지 묻고 격려하시던 사단장님께서 "나중에 선생을 하더라도 일단 취업을 해야되지 않나?" 며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당시 사단장이시던 윤태균 소장은 모든 사단 장병들의 존경을 받았다.
특히나 부하들을 존중하고 아끼셔서 병사들의 사랑과 존경을 많이 받는 덕장이셨다.
나조차도 소대장 시절 저 분과 함께라면 목숨걸고 싸울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대를 하고 두 달을 집에서 보내다 대학 같은 과 절친인 친구가 몸담고 있던 성암여중에서 강사를 하게 되었다.
여중 일학년을 가르치시던 선생님께서 부군의 유학으로 따라가며 자리가 비게 되었는데 마침 집에서 빈둥거리던 나를 추천해 쥤다.
학교에 간 첫날 남선생님들께서 축하연을 열어 주었는데 술을 얼마나 먹었던지 다음날 새벽 당시 집앞의 경희의료원 응급실에서 깨어났다.
집으로 와 옷을 갈아입고 학교에 갔더니 어제 그렇게 술을 먹였는데 살아서 학교에 왔다며 선생님들께서 박수를 치시며 좋아했다. 그렇게 선생님들과 어울려 매일 축구, 야구, 배구를 하고 술 얻어 먹으며 귀여움받고 한학기를 지냈다.
물론 내가 가르치는 일학년 말고도 거의 온 학교 여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여학교의 남자선생님들은 선생님이자 부모님이며 아이들의 우상이기도 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시절이었다.
 
 
그렇게 한학기를 마치고 동성고등학교에 부임을 하게 되었다.
지나간 추억이니 아름답게 느껴져서 이기도 하고 또 선생님 앞이니 아이들은 좋게 이야기를 해준다.
선생님 그 때 멋있었다며. 아마도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형같기도 하고 또 운동 좋아하고 초임교사의 열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3월 2일 입학식을 마치고 3일 첫 수업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눈빛은 평생을 행복하게 선생으로 살게 한 힘이었다.
나이 드신 선생님께서 "한선생 잘 왔어. 선생은 돈과 명예는 없을지 모르지만 교실에 들어가면 산삼 녹용, 원적외선보다 강렬한 젊은이들의 넘치는 기를 받으며 살 수 있다네." 하신 말씀도 늘 가슴에 간직하고 살았다.
과목이 수학이다보니 가끔은 내 기가 빨리는 느낌도 들긴했지만.
 
 
한 아이는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그 때에는 선생님들께서 모두들 지시봉이든 몽둥이든 들고 다니셨는데 선생님을 빈손으로 다니시는게 특이했다고.
그 시절은 우리 사회가 커다란 병영 같았다.
특히나 학교는 군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군대보다 심하기도 했다. 옛날부터 전해진 교사의 권위에 대한 존중과 함께 귀한 자식에게 매가 보약이라는 생각으로 부모님들이건 학생이건 선생님의 판단과 가르침에 순종하던 시절이었다.
나 역시 학교 다니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선생님께 맞으면서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꾸를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내가 잘못했으니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나 잘 되라고 선생님께서 사랑의 회초리를 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대에서 소대장을 하면서 소대원들을 때리지 않고 또 서로 때리지 못하게 하면서도 잘 지냈는데 고등학교 일학년 어린애들이 뭐 그렇게 맞을 짓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또 나도 학교 다니며 수없이 맞아 봤지만 맞아서 변한것이 없었다는 생각도 있었다.
삶의 변화는 더디고 힘들더라도 깨달음에서 온 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나라고 아이들을 절대로 때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를 대지 않으려 노력했고 가능하면 많이 안아 주려고 했다. 수업에 조는 녀석들, 담임할 때 지각하는 녀석들을 특히나 많이 안아 줬다.
물론 눈떠! 라고 소리 질러 잠을 깨우기도 했지만.
아뭏튼 아이들을 덜 야단치고 매를 덜 든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일이다.
 
 
또 한 아이는 질문하면 끝까지 자세히 잘 풀어 줬다고 한다. 심지어 쉬는 시간까지 뺏어가며 설명하는 바람에 다른 아이들에게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하는 선생이니 아마도 너무 열심히 했나보다. 세상에 제일 싫은 선생님이 조,종례 길게 하고 일찍 들어와 늦게 나가는 분이라는건 만고불변의 법칙이거늘 초짜 선생의 한계였으리라.
그런데 조 종례 긴 것은 그 후로도 바뀌지 않아 담임반 아이들에게 원성이 자자했다.
 
 
식사가 대강 끝나자 패를 전달하고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몇년 전 모임에 초대받았을 때 몇 자 적어 읽은 기억을 하며 오늘도 기대된다고 박수를 쳐 줬다.
 
 
"우리가 85년 3월에 만났으니 벌써 38년이 되었구나.
사실 나야 너희들이 내 선생 생활의 첫 아이들이니 큰 의미가 있어 마음에 담고 있지만 그 긴 세월 동안 잊지않고 기억해줘서 고맙다. 더구나 이렇게 퇴임한다고 축하까지 해 주니 무어라 고마움을 전해야할 지 모르겠다.
 
너희들을 시작으로 지난 38년 동성에서의 생활은 정말 꿈길같은 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왜 없었겠냐만 그래도 아침 7시 교문을 올라 우정의 탑을 지나 교무실에 들어가면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행복했다. 물론 그 세월 중 너희들과 지낼 때가 제일 좋았다.
그 때는 나도 철없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너희들도 어느덧 중년에 도달했구나.
실제로 내가 담임한 학생의 아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니 세월의 빠름을 표현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구나.
그러면 또 시 한 수 읽어 보련다.
 
 
동성고 62회 졸업생
 
지난 38년 교직 생활 동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85년 함께 학교를 들어선 동성고 62회 아이들이다
 
늦게 온다고, 학교에서 잠잔다고
자율학습 도망가고, 전달사항 어긴다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눈뜨라고 고함쳤던 선생이었지만
 
그래도
지난 38년 동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동성고 62회 아이들이다
 
그동안 담임했던 아이들
지난 세월 가르쳤던 예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 많이 있었지만
사랑은 아무리 나누어도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동성고 62회가 아닌 아이들이 삐지겠지만
 
그래도
지난 38년동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동성고 62회
함께 늙어가는 내 첫 아이들이다. 끝."
 
 
아이들은 오늘도 좋아 해 줬다.
선생님은 왜 국어가 아닌 수학을 가르치셨냐며.
그래도 수학도 곧 잘 가르쳤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사실 저 시는 성심여고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내 동생의 쓴 시를 허락을 얻고 조금 고쳐서 내 마음을 보태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곤 했던 시다. 물론 오늘도 조금 고치고 보탰다.
 
맛있게 먹고 웃고 떠들며 식당의 약속시간이 되자 자리를 옮기자고 한다.
술도 조금 더 마시고 노래도 불러야 한다며 단란 주점을 잡아 놨단다.
이차로 간 곳도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노래를 부르라고 이끌어 반주없이 "이별의 종착역"을 부르니 앙코르를 외쳐대서 주책없이 "저푸른 초원위에"를 율동과 함께 보여줬다.
다들 후렴구로 "지랄하고 자빠졌네"를 소리 높여 질러댔다.
그래 너희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한다면 이제 지랄인들 못 하겠냐.
 
아이들은 축하해주고 잘 먹이고 택시까지 태워서 집으로 보내줬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반이었다.
 
나의 아이들아, 고맙구나.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너희들과 함께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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