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다시 찾은 동성고등학교.
토요일 테니스 모임에 참가했다.
혜화동 로타리를 지날 때부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지하철 1번 출구 앞쪽에서 유턴을 해 교문을 들어설 때는 기분이 묘했다. 이제는 동성학교 교문을 들어 설 때마다 일단 정지하고 수위실을 바라본다.
운동장 쪽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종교관 언덕을 올라 정원을 바라본 순간 저절로 차를 멈췄다.
차에서 내려 교문 쪽을 바라보며 잠시 서있다가 김수환 추기경님 흉상을, 진리와 사랑탑, 성가정 상 그리고 초록이 짙어진 정원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조금 낯설어진 어색함도 잠시 이곳이 바로 내 평생을 함께 한 장소라는 따뜻함이 몸과 마음을 채웠다.
이 곳 저 곳에 있는 돌 하나,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그 어느 곳에든 내 숨결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다시 차에 올라 운동장으로 향했다.
담벼락에는 장미가 무성해져 벽화들을 가리고 있었다.
테니스 코트에 도착하니 정선생님이 코트 정리를 하고 계셔 일손을 돕고 오랫만에 라켓을 잡고 랠리를 하는 중 박선생님, 이선생님께서 오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한 게임 재미나게 치렀다.
잠시 후 노선생님께서 오셔서 게임을 하는 동안 의자에 앉아 쉬며 운동장을 둘러보니 주마등처럼 옛 일들이 떠오른다.
흙바닥 운동장에서 해지는줄 모르고 아이들과 축구를 했다.
어떤 아이는 내가 수학선생님인지 체육선생님인지 헷갈린다며 우스갯소리도 했다.
남자 고등학교 아이들은 축구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함께 땀 흘리며 뒹굴면 따로 면담이 필요 없었다.
그 땐 그랬다.
축구 끝나고 몇 몇 아이들과 우리은행 뒷쪽에 있던 새마을분식에서 라면을 시켜 저녁 도시락을 함께 먹기도 했다.
하늘은 티끌 하나 찾을 수 없이 파랗고 새로 지은 별관은 그림같이 예뻤으며 운동장 인조잔디는 초록으로 유혹한다.
고향집 툇마루처럼 편하고 따뜻했다.
이곳에서 나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생각났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한다.
다시 라켓을 잡고 한 게임 더 친 후 월초 정선생님이 사주시는 콩국수를 시원하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기분좋은 피로감으로 나른하며 마음은 편하고 평화롭고 따뜻하다.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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