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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이빨, 새 이빨!

눈떠! 2024. 5. 24. 20:54

손주들이 자라면서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난다.

우리가 자랄 때에는 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자기 손으로 흔들다가 빼거나 어른들이 흰실을 꼬아 굵게 만든 실를 이에 단단히 묶어서 뽑아주시곤 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이를 묶고 하나, 둘, 셋에 뺀다고 하고는 셋에 뺀적은 없다.
셋을 기다리는 긴장에 온 몸에 힘이 들어가며 공포에 젓어들 순간에 이미 이는 빠져서 실에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 지붕위로 던지며 큰소리로 외쳤다.
''까치야! 까치야! 헌이는 너갖고 새이는 나다오!''
그러면 얼마 후 붉은 잇몸이 간질거리며 새 이가 올라왔다.
몇 년에 걸쳐 몇 번을 그런 과정을 거치고 마침내 사랑니가 아프며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어린 시절 이가 빠지고 새 이가 난다는 것은 무섭기도 했지만 형이나 언니가 되어 가는 과정이었고 먼저 이를 간 형, 누나들의 ''앞니 빠진 갈가지, 우물가에 가지 마라. 붕어 새끼 놀랜다.'' 라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동네 꼬마들과 어울리는 사회화 과정이기도 했다. 그리운 추억이다.
 
요즘 아이들은 이가 흔들리면 치과에 가서 이를 빼고 까치에게 주지 않고 치아 보관함을 구해 뺀 이의 위치에 유치를 넣어 놓는다. 그래도 까치는 새 이를 배달하는지 손녀 아이의 이는 튼튼하게 새로 나고 있기는 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빨처럼 수많은 것들을 어린이 용에서 어른 용으로 바꿔가며 살아왔다.
초, 중, 고, 대학 등 학교 급을 높이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며 또 아이들을 키우며 수많은 유치를 뽑고 영구치로 바꾸었다.
퇴직을 한 지금도 매일 매일 새로운 이를 위하여 유치를 뽑는다.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비우고 겸손되이 살고자 마음을 먹는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보다 꼭 해야만 하는 몇 가지 일을 하며 단순히 살고자 한다. 먹는 것부터 입는 것, 신는 것 등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조차 가능한 줄여가려고 노력한다.
더 장만하기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나 잘 쓰고 가려고 한다.
어머님을 잘 보내드리고 나도 자식들에게 폐가 되지 않고 잘 마무리 할 수 있길 기도한다.
 
손녀는 유치를 뽑은 자리에 영구치가 솟아 올라 오랜 시간 자신을 살찌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랑니를 뽑은 그 순간부터 이를 뽑은 자리에 새 이가 솟아나질 않았다.
오히려 이런 저런 이유로 하나씩 둘씩 이들을 잃고 치과에 들려 보철을 만들어 움식을 씹을 수 있게 치료를 받았으며, 지금도 계속 이들이 닳고 약해지고 있다. 부지런히 이를 닦고 치과에 들려 치석을 제거하고 해도 한 번 나빠진 이를 좋게 만들 수는 없다. 현재의 상태를 보다 오래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발달하고 좋아져도 그것이 삶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의 불합리한 유치들이 모두 빠지고 건강한 영구치로 솟아나길 기원한다.
열심히 노력하여 잘 살아야겠지만 혼자만 잘 살지 말고 이웃을 돌아보고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들을 돌아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행복하게 사는데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 었다.
정말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과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정말 필요했다.
아무리 잘 먹고 좋은 곳을 놀러 다닌다 해도 매일 매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뉴스를 장식한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들의 책임이고 그들의 일일까?
나는 그렇지 않길 바란다.
우리 사회의 똑똑하고 잘난 많은 지도자들이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들이 절실한 마음을 먹지 않아서 해결하지 못할 뿐이다.
아니 해결하지 않으며 상황을 이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가난을 구제하려고 전력을 쏟아 부은 나라가 없었을 뿐이라 생각한다.
 
유치가 뽑히고 새로운 영구치가 우리 사회를 건강히 버티는 날들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래서 정말 옛말을 하며 백범의 글에서 처럼 문화가 우뚝한 나라가 되길 기원한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