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2025년 9월 7일 (다해) 연중 제 23일

눈떠! 2025. 9. 7. 10:26
2025년 9월 7일 (다해) 연중 제 23일
밤새 내린 비의 영향도 있겠지만 계절의 변화가 피부에 와 닿을 만큼 날이 선선해졌다. 한 낮에는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새벽 미사가는 시간에는 서늘한 기운이 대지를 감싸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오늘도 5시 45분 정확하게 아파트 현관에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기운이 없고 몸도 아프시다면서 주일 미사가시는 것이 저리 좋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오늘은 매월 첫 미사에 시행하는 성체조배시간이 있는 날이다. 신부님 강론 대신 제대 위를 비추는 조명 두 개를 제외하고 성당의 모든 불이 모두 꺼지고 고요속에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오늘은 그저 멍하고 앉아 있었지만 이 성체조배 시간이 나는 참 좋다.
 
오늘 복음 말씀은 루카 14.25-33 의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가가 될 수 없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라는 구절이 봉독되었다.
아마도 나는 예수님 제자가 되기는 애초에 글러 먹은 것 같다.
두번째 제 십자가를 지지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부모형제를 좋아하기만 하지도 않겠지만 별 중요하지도 귀하지도 않지만 자기 소유라고 믿는 것들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 많은 물건들을 처분하는 날이 살아 생전 올 수는 있을까?
어제도 쌓아둔 그 많은 가방을 두고 또 크로스 백을 하나 사고 말았다. 그리고는 지금 취소 버튼을 누르기는 했지만 물건에 대한 욕심, 그리고 다른 여러 욕심은 끝도없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그게 나인것 같다.
 
제단 왼쪽에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상이 성상좌대에 모셔져 있다. 저 분은 단 하나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방향을 잡고는 모든 것을 버렸다. 그런 것이 가능하긴 하니 기꺼이 순교를 받아들이고 성인 품에 오르셨으리라.
눈으로 보고 귀로 전해들었지만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욕심을 없이 하시고 단순하고 간단한 삶을 살게 하소서.
너고럽고 선한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 혼자 힘으로는 어쩌지 못 해도 주님께서 붙들어주시면 그리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