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서너번 아내와 수락산 무장애 데크길을 걸었다. 월, 화, 목, 그리고 주말 중 약속이 없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 정도였으나 이제 노인 일자리가 시작되어 두번 정도로 줄어들것이다.
아침 먹고 10시쯤 집을 나선다. 아들 둘이 졸업했고 이제는 손주들 셋이 다니는 상원초등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 수락 한옥 어린이집 앞으로 간다. 이곳에서 수락산 먹자골목 끝까지 연결되어 있는 무장애 데크길 약 1.7km를 왕복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은 같은 길이지만 풍경이 다르다.
갈 때는 수락산을 향해 걷는다. 귀임봉을 바라보며 지그재그로 이루어진 오르막을 두 번 오르면 먹자골목 쪽 계곡을 내려가 수락산 계곡 등산로 초입을 바라보며 역시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첫번째 오르막 초입에서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문인석 하나가 어서 오라고 환영이라도 하는 양 데크길을 바라보고 서 있다. 돌아서는 계곡에 얼음이 얼기 전에는 청둥오리 두 쌍이 헤엄치고 있었는데 날이 추워지니 고향으로 간 것 같다. 걷는 중간에 까마귀며 산비둘기, 가끔은 청설모도 만난다.
데크길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과 탁자와 의자들이 마련되어 있지만 쉬어 본 적은 없다. 테크길 난간에 좁으니 한 줄로 걸으라고 써 있지만 때로는 아내와 손 잡고 때로는 앞 뒤로 걷는다. 예전에 손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었지만 요즘 아내는 옛날이야기를 듣거나 팝송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걷는 경우가 많아졌다. 많은 나이든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부지런히들 이 길을 걷고 있고 우리도 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산은 매 순간 모습을 달리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르고 또 같은 계절속에서도 하루하루가 다르다. 모든 것이 그렇다.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어느 것이 가장 아름답고 좋다고 말 할 수 없다. 매 순간 모두 다르지만 단 한 순간도 같은 것이 없지만 그 모든 순간 그 모든 것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돌아오는 길에는 산을 등지고 숲의 나무들 사이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마주한다. 우리 집이 있는 14단지, 어머니 사시는 13단지, 두 아들이 다닌 상원중학교, 상원초등학교, 그리고 청원고등학교도 보인다.
이렇게 산을 보고 걸어 들어가 아파트를 바라보며 걸어 나온다.
출가를 했다 다시 속세로 나오는 일을 반복하는 셈이다. 언젠가 득도를 할 수 있을까?
산은 말없이 우리를 품고 또 말없이 세상으로 보내준다. 저 너그러움을 나도 닮아야 할텐데 언제나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수락산은 36년을 우리를 품어 주었다.










'제주 한 달 살이 그 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북 포럼 친구들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과 서울 로봇 인공지능 과학관 견학. (0) | 2026.02.07 |
|---|---|
| 집으로 가는 길 (1) | 2026.01.09 |
| 2026년 노원구 어르신 일자리 사업 지원 합격 발표 (0) | 2026.01.05 |
| 2025년 첫 눈 (0) | 2025.12.05 |
| 안전장비 착용의 필요성 (1) | 2025.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