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나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눈떠! 2010. 4. 14. 14:34

나는 1985년 3월 2일 이후 동성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가르치는 과목은 수학이고 가장 힘써서 많은 시간을 가르쳤지만 교과외에도 예절, 태도, 열정, 희생, 봉사, 그리고 두발에 복장, 손톱깍는 일까지  생활속의 많은 것을 열심히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그런데 오늘 2010년 4월 13일 점심시간 식사 지도를 하면서 나는 가슴속으로부터 깊은 슬픔에 젓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도 때때로 느끼긴 했고 또 내일이면 가슴 밑바닥으로 가라앉고야 말겠지만 오늘 일은 내게 더욱 커다랗게 다가왔다.  

 

올해 내가 맡은 업무분장이 생활지도부장이라 점심시간이면 식사질서 지도를 하곤한다.

오늘은 1,2,3학년이 동시에 모의고사를 보는 바람에 12시 40분 동시에 식당으로 몰려들 것 같아 보통 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마음을 써서 지도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1학년 아이들에게 식사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식당 입구에서 아이들 식사하는 모습을 보느라 본의 아니게 잔반 통 앞에 서있게 되었다.

오늘 학생들은 커다란 접시에 밥과 야채, 그리고 돈까스 종류의 식사를 한 것 같았다.

숟가락, 젓가락을 통에 넣고 잔반을 버리는데 한 아이가 국그릇도 동시에 통에 쏟아 붓는 것이었다.

그래서 얘야 그것을 버리면 어떡하니? 꺼내거라. 하니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고깝고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어째든 아이를 타이르고 뒤돌아보니 식당의 주방을 맡고 있는 아저씨께서 잔반을 정리하는데 쳐다보기 민망스러운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잔반통에는 국그릇은 말할 것도 없고 식판으로 쓴  접시가 수두룩하니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숟가락, 젓가락

아니 얼굴이 뜨겁고 아저씨와 눈이 마주칠까 두렵기까지 하였다. 이것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라니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고, 또 선생하며 봉급 또박또박 타먹고 있으니 참으로 낯가죽이 질기고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는지 모르지만 내게 배운 아이들은 자기가 매일 먹는 음식과 식기를 저렇게 대하고 있었다. 머리를 자르고, 넥타이를 매고, 공부를 한다고.......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치는것이 정말 중요한 일인가에 대한 깊은 슬픔이 내 마음을 짓눌렀다.

그곳에 서 있는 20여분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나는 아니 우리 학교, 우리 사회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무겁고 멍해졌다.

그것에 겹쳐 지금도 지구상 곳곳에서 굶어죽어가는 이이들의 커다란 눈동자가 떠올랐다.

저 잔밥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저 넘쳐나는 음식 쓰레기를 어찌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땅의 공교육 교사로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생각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가톨릭 신자라며, 가톨릭 교회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운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이 세상은 진보하며 나는 그것을 믿고 그 믿음에 적으나마 내 힘을 보태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었일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교실을 쓰레기로 뒤덮고, 흰우유는 맛이 없어 먹지 않고 교실에서 썩히는 아이들을, 친구들의 물건에 아무렇지도 않게  손 대고, 함부로 말하고, 새치기해대는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냥 보고도 못 본척 넘어가애 할 일인가?

희망은 없는가?  

 

나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며 교사라고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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