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등교하면서 추억속으로

눈떠! 2022. 10. 7. 13:49
아침 6시 40분 동성 고등학교 교정.
 
1985년 2월 20일 쯤 입사 서류를 내러 이 언덕을 처음 오른 이래 38년을 근무했다.
학교의 모습도 교문과 본관을 제외하곤 모든 건물이 변했고 함께 웃고 울던 선배 동료 선생님들도 모두 떠나시고 그 자리를 젊고 훌륭한 후배 선생님들이 채우며 어느덧 교사 명렬 맨 윗자리에 내 이름이 남겨졌다.
 
교문을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소운동장과 무기고가 있어서 교련 수업을 받는 장소로 쓰였는데 지금은 강당이 들어서 있다. 그 당시 종교관 자리에 한학년(720명) 정도가 입학식, 졸업식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강당이 있었다. 정면의 계단도 축대로 쌓여 있었고 그 위에는 50년이 넘는 나무들이 학교를 감싸고 있어 지금의 정원을 포근히 감싸고 있었지. 지금의 예쁜 정원도 작은 운동장이었다.
지금 정보관과 체육관으로 쓰는 건물은 운석기념관이 이라고 장면 박사의 호를 딴 1층은 자율학습을 하던 도서관이고 윗층은 체육관으로 사용하는 건물이었다. 자율학습 지도를 하다보면 위에서 태권도부 아이들이 훈련을 하는 소리가 콩닥콩닥 들렸었다.
당연히 대운동장은 흙바닥이었고 새로 대강당을 지을 때 운동장의 본관 건물 쪽으로 4층짜리 교실과 미술실, 동아리실, 창고가 있는 가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테니스 코트도 입사할 당시는 클레이코트로 2면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우레탄 포장을 하며 1면으로 바뀌었다가 테니스회의 모금을 계기로 다시 클레이 코트로 변했다.
자율고로 바뀌면서 중학교 운동장 혜화동 천주교회 쪽으로 기숙사가 지어지고 대운동장에는 인조잔디를 깔았으며 2년전 가건물을 헐고 새로 멋진 샛별관이 지어졌다.
교문 왼편으로는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100주년 기념관도 들어서서 상설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38년.
 
짧지 않은 세월속에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건물이 헐리고 새롭게 지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 이 교문을 들어 설 때가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은 무슨 감정일까?
지금은 계단으로 변한 축대 앞에서 교문 지도를 하며 아이들을 맞이하던 그 때가 그리워진다.
나를 거쳐간, 동성학교를 모교로 하는 아이들을 떠올려본다. 담임으로 또 수학을 가르치며 만났던 수많은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겠지.
몇년 전부터는 담임을 한 아이의 아들, 큰아버지께서 선생님께 배우셨데요 하는 아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게 배우고 모교에 선생으로 부임해 동료 교사가 된 선생님도 여럿이 있다.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뒤돌아 보지말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가거라, 세상살이 힘들고 지칠 때 혜화동 언덕의 모교를 추억하고 다시 힘을 내라고 했는데 이제 두 달 반이 지나면 내가 날개짓을 할 차례다.
나도 뒤돌아 보지말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개짓을 하고 평생을 살아 온 이곳을 추억하며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마무리 해야겠다.
 
돌아보면 참으로 고맙고 행복하게 살아온 세월이다.
동성학교와 선생님들과 특히나 나를 견뎌준 내 아이들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보낸다.
혜화동 동성학교의 모든 흙과 나무와 풀들 그리고 건물과 교실에 진심으로 고마움과 사랑을 보낸다.
당신들이 그리고 동성에서 보낸 시간들이 내 삶이었고 전부였음을 고백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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