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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고등학교 등산회 마지막 산행

눈떠! 2022. 12. 19. 13:48
2022년 12월 16일(금)
동성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치르는 마지막 기말고사 마지막날 동성산악회 마지막 등산 모임으로 수락산을 올랐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에는 중간 기말고사 기간이 참으로 바쁘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 때는 시험 채점도 수기로 해서 학생들 점수도 일일이 손으로 기입하고 교무실에 하나 있는 계산기로 각반 평균등을 계산했었다. 당연히 주판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바쁜 채점보다 더 힘든(?) 것이 많은 교사 동호회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회식 참여하는 일이었다. 등산회, 바둑회, 테니스회, 축구, 야구, 볼링, 농구 모임까지 참여하다 보면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느지도 모르게 훅 지나고 시험이 끝나면 몸이 축날 정도였다.
회식도 대체로 일차에서 끝나는 적이 없었다.
전체 교직원들이 거의 모든 동호회에 가입되어 있었고 회원이 아닌 선생님들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교장선생님 이하 대부분 선생님들이 회식에 참여하여 정을 나누었다. 아마도 자가용이 귀하던 때여서 운전 염려가 없어 술마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등산이 끝나고서는 공기가 좋은 곳에서 땀 흘리고 산기운을 받아서 인지 모르지만 일차 소주로 얼큰하게 기분 돋우고 이차 생맥주로 삼천리 가는 분들도 꽤 계셨다. 지금과는 다른 아날로그식 정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동성고등학교 등산회 마지막 산행 시간이 내게도 다가왔다.
 
산악회 회장을 맡고 계신 이선생님께서 마음을 많이 써 준비하셨다. 올 8월에 정년퇴직하신 김선생님을 초대하고 교장신부님을 포함하여 6분의 선생님께서 참가하여 모두 7명이 수락산 능선길을 올랐다.
어제 올 겨울 들어 가장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쌀쌀했지만 산은 조용하고 눈으로 덮여 화사하기까지 했다.
 
1924년 셀파 텐징 노르가이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경이 원정을 떠나기 전 필라델피아의 한 강연에서 어느 기자가 ‘당신은 왜 산에 갑니까?’ 라는 질문에 ‘Because it is there(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라는 불멸의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산을 오르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함께 오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색에 잠겨 혼자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왁자지껄 시끄럽지 않다면 혼자보다 함께 오르는 산이 더 좋다.
힘들게 오르다보면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지만 조금 앞에 가서 기다려주는 동료를, 또 내가 먼저 오르면 뒤에 오는 동료를 기다려주는 마음만으로도 산은 내게 서로를 연결해 준다.
게다가 계절마다 보여주는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빛깔도 혼자보다는 함께를 말해주는 것 같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온갖 빛깔의 단풍으로 그리고 갈색, 마침내 새하얀 흰빛으로 온몸을 두르는 산.
우람한 바위와 부드러운 흙, 오르면서 고개를 들면 바라보이는 파란 하늘 흰 구름, 친근한 새들과 이름모를 새소리.
오랜 세월 깍여 둥글어진 바위와 계곡의 물소리.
내가 보기에 아무리 둘러봐도 산에는 독불장군이 없다. 서로 연결되고 서로 보완하며 서로 품어주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을 완성한다.
그게 내가 오르며 보는 산이고 세상이다.
평소 친하건 대면대면하건 소원한 사이건 함께 산을 오르는 동안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간단한 간식과 물을 나눠 먹고 마시는 동안 말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도 함께 나눌 수 있다.
땀 흘리고 힘든 만큼 마음은 더 단순해진다.
능선이나 정상에서 바라보는 저 아래 작은 세상의 모습은 더 넓고 선한 마음을 가지라고 너그러워지라고 함께 산에 오른 옆에 선 사람과 손 잡으라고 내게 속삭이는 것 같다.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함께 걷는다는 것은 단순하고 간단하면서도 우리라는 말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고개 숙이고 땀흘리며 오르는 산은 많은 복잡한 것으로부터 나를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나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몸은 땀흘려 피곤하지만 머리 속은 단순해지며 주변에 누군가가 함께 있는 것.
오늘 그렇게 행복하게 동성고 산악회 마지막 산행을 마쳤다.
 
동성 등산회 선생님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제게 배풀어 주신 모든 것들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내일 토요일, 모레 일요일에는 아내와 우리집 뒷산인 수락산을 오를 것이다.
무장애길을 걸어 계곡을 건너 조그만 능선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 올 것이다. 손도 꼭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