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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눈떠! 2022. 12. 26. 12:09
2022년 12월 22일 5교시 1학년 8반 수학 A.
38년 교단 마지막 수업을 했다.
 
일학년 수학 수업의 진도가 끝난 기말고사 후 시간이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와 연관되거나 관심분야의 수학 관련 주제 탐구 발표를 돌아가면서 했다.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이들 발표가 끝난 후 20분 정도를 시간을 내 수학에 쫄지 말라는 이야기와 간단한 당부 그리고 시 두편을 읽어주며 마무리했다.
 
수학은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에게 커다란 짐이고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훌륭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실망할 것 없다는 이야기를 지난 세월 꾸준히 말했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고 모르면 알기위해 노력을 해 깨달으면 좋지만 분명 쉽지 않은 과목이니 조금 못한다고 기죽을 필요 없다고.
심지어 나도 수학선생이 된 이유가 문과를 택해 법대를 가길 바라시는 아버지 뜻에 따르기 싫어 이과를 택했고, 내가 특별히 수학을 좋아핻서가 아니라 수학을 못하는 이유가 선생님 탓이라고 생각해 그럼 내가 수학선생이 되서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보자는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결론은 내가 가르쳐도 아이들이 수학을 썩 좋아하고 잘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단원을 시작하기 전에 수학사를 언급하고 어떤 것들과 연관이 되는지 이야기 해줘봐도 결국 시험은 여러가지 계산 결과로 평가받게 되니 아이들이 수학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아이들은 주제 발표를 하며 수학이 자신들의 삶과 많은 연관이 있고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아 이런 작업을 학기 초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너희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벌써 일년이 흐른 것 처럼 선생님은 쏜살같이 38년이 흘렀구나.
수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쳤지만 나는 행복했단다.
동성학교라는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예쁜 아이들 덕분에 꿈같은 세월을 살았구나.
내 마지막 아이들인 너희들에게 두 가지 당부와 시 두 편으로 마지막 수업을 하고자 한다.
 
너 자신을 믿어라.
 
수없이 많이 한 이야기지만 자신을 믿고 의지하고 격려하며 칭찬하거라.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자신에게 하는 격려와 칭찬만큼 소중하지는 않단다.
너희들은 이 온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란다.
어쩌면 키가 조금 작고 잘 생기지도 않았으며 공부도 뛰어나게 잘 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쩌다 이곳에 떨어진 존재가 아니란다.
 
창세기 1장 26-27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들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우리 모두는 각자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 된, 저울에 달면 이 온 우주의 무게와 평형을 이루는 소중한 존재란다.
부처님도 말씀하신 "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그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이가 아니라 너 자신부터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소리를 따라 가거라.
너 자신의 삶을 살아가거라. 네가 바로 우리 모두의 희망이요 꿈임을 스스로 깨닫길.
 
자신의 꿈을 간절히 소망하거라.
 
마태오 복음 7장 7-9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그것이 아무리 어려워보이고 어쩌면 불가능할 것 같이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간절히, 정말 간절히 꿈꾸고 소망하거라.
아침에 보는 거울을 머리 만지고 여드름 짜는데 사용하지 말고 거울 속의 너에게 자신의 꿈을 묻고 큰 소리로 대답하는데 사용하거라.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다.
사실 원한다고 모두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단다.
네 꿈을 네가 들어준다면, 그리고 격려해준다면 이미 온 우주의 응원을 받는 것이란다.
꿈꾸거라. 자신만의 꿈을 간절히 꾸거라.
 
이제 시 두 편으로 마지막 수업을 끝내도록 하자.
 
첫번째 시는 국어선생님이었던 내 동생의 시를 패러디 한 것이란다.
 
제목은 2022년 내가 가장 사랑한 아이들 이란다.
 
2022년 올 한 해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동성고 1학년 6,7,8,9반 아이들이다
 
수업 시간 늦게 온다고, 학교에서 잠잔다고
교과서, 공책, 필기구 잘 가지고 다니라고
공책 필기 깨끗히 하라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눈뜨라고 고함치는 수학 선생이지만
 
그래도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동성고 1학년 6,7,8,9반 아이들이다
 
예전에 담임했던 아이들
예전에 가르쳤고 그리고
내가 가르치진 않았지만 예쁘고 아름다운 아이들이 많이 있겠지만
올 해 내가 가르치지 않은 일학년 다른 반 아이들이 삐지겠지만
사랑은 아무리 나누어도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2022년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은
바로 너희들
동성고 1학년 6,7,8,9반 아이들이다.
 
 
나는 너희들을 지난 한 해 동안 사랑했지만 너희들 곁에는 너희를 당신들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님, 그리고 가족,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과 너희를 사랑하는 그 분들을 위해서 스스로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길 기원한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신영복 선생님의 시로 마무리 하련다.
 
처음처럼
"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재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그렇단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끝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란다.
내가 아는 어느 수녀님께서는 주무시기 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주무신다고 하셨다.
자신이 다시 눈을 뜨지 못 해도 남은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삶의 부활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셨다.
너희들도 매일 매일 새롭게 부활하고 기쁘게 살길 기원한다.
힘내거라. 끝.
 
퇴임하는 늙을 선생의 마지막 수업을 봐주려고 여러 선생님들께서 교실 뒤를 채워 주셨다.
그리고 복도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수업 끝나고 자리에 가니 꽃다발도 안겨 주었다.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무엇 하나 잘난 것 없는 나를 견뎌 준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모두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