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봄이 온다.

눈떠! 2023. 3. 2. 14:43
봄이다.
 
 
아직은 바람이 차지만 그래도 봄은 우리 곁에 다가왔다. 중랑천변 길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피끓는 중고등학생들은 한겨울에도 반팔 티를 입고 농구를 하며 뛰놀았지만 겨울 추위에 천변은 한가했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엄마 아빠와 함께 싱싱카를 타는 어린이들, 한가한 걸음을 옮기는 노인들, 다이어트하느라 달리는 젊은 남녀, 우리 부부같이 함께 손잡고 걷는 중노년 부부들, 햇볕 쪼이러 나온 휠체어를 탄 노인,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남녀노소로 천변길이 왁자지껄 법석이다.
 
 
사람만 모인 것은 아니다.
겨울 철새들이 자리를 비우고 짝짓기 준비를 위해 텃새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서로를 탐색한다.
까치들이 모이고 비둘기, 참새, 까마귀, 백로, 직박구리, 물까치도 보인다.
천변의 한 나무에는 까치들로 뒤덮여 있다. 멀리서 갈매기도 한마리 날아와 천 주간 모래톱에서 날개를 쉬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를 주는 바람에 팔뚝만한 잉어 수십마리가 모이는 다리 근처에는 원앙이 열마리도 넘게 모여있다.
물가쪽으로 암수가 사이좋게 헤엄을 치기도하고 잉어들 틈에 끼어들어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나 빵부스러기를 다투기도한다.
하천이 깨끗해지니 많은 동식물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잡아간다. 지난 여름에는 의정부 가까이있는 다리 근처에서 민물 털게를 여러마리 보기도 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너구리며 족제비도 산다고 안내판이 붙어 있는걸 보면 자연의 회복력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 소리가 들리기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구경을 했다.
도봉산을 배경으로 통기타 반주에 들려오는 '어느 60대 부부의 이야기' 는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막내 아들 대학 시험 뜬눈으로 지새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가객 김광석을 기억하는 수많은 노래가 있지만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그는 내 가슴속에 살아 있다.
천변에 기타 한대와 작은 스피커로 이노래를 들려주는 저 이름모를 나이 지긋한 가수의 저음의 목소리는 내 귀를 지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긴 세월 함께 견뎌내고 여기까지 온 아내가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한편 애잔하다.
옆자리에 서 있는 아내의 두 손을 꼭 잡을 수 밖에 다른 무엇이 필요할까.
늙은 그 가수는 그 노래 말고도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몇 곡을 더 불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내 귓가에는 '어느 60대 부부의 이야기' 가 맴돌았다.
큰 딸아이는 없지만 집사람과 손잡고 살아 온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고 또 그렇게 흘러 갈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