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나무의 이름은?

눈떠! 2023. 3. 5. 12:28
작년 봄 뒷산 수락산에 상계 주공 13단지 한옥어린이 집 앞에서 노원골 수락산 입구까지 1.74km의 무장애 테크길이 만들어졌다.
 
완만한 경사로 나무 테크길을 만들어 유모차는 물론 휠제어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명소가 되었다. 숲길을 걸으면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가끔은 청설모의 재롱도 볼 수 있다.
언젠가 아내와 이 길을 걸을 때 아내는 테크길을 만들며 나무를 살려두려고 노력한 흔적을 보며 좋아했었다. 우리나라가 나무를 배려하는 나라가 되었다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인 것 같아 라며.
우리나라가 자신만의 편의가 아니라 다른 것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도 기꺼이 품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특히나 나무의 이름을 불러 주자며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들을 보노라면 그동안 가르친 아이들이 생각난다.
선생을 하며 가장 중요한 할 일이 아이들의 이름을 외어 다정하게 불러주는 것이었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누군가가 사랑을 담아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는 소리라는 말이 있다. 이름은 곧 사람 그 자체이다.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각 집안은 나름대로의 가풍에 따라 정성껏 이름을 짓고 태어나면 아이를 부른다.
가문과 부모의 소망을 담아 아이가 잘되라는 꿈을 실어 지은 이름을 사랑을 담아 부르고 또 부르며 마침내 아이와 이름은 하나가 된다.
아이가 이름이고 이름이 곧 아이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처럼 그렇게 이름을 들으며 이름처럼 아이는 자란다.
 
 
무장애 테크길 주변에도 처음 누가 지어주었는지 모르지만 수많은 나무들이 각각 이름이 있을 텐데 우리는 그냥 나무들로 퉁친다.
그러나 나무도 다정히 그의 이름을 불러 주면 좋아 하지 않을까? 물론 그 이름도 한그루 한그루가 아닌 그 나무 종 전체의 이름이긴 하지만.
숲을 걷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하면 이름을 지어주고 만날 때마다 다정하게 불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테크길에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를 시진찍고 이름을 불러 보있다.
 
굴참나무, 소나무, 붉나무, 철쭉, 진달래, 리기다 소나무, 복자기나무, 아카시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일본 잎깔나무(낙엽송), 상수리나무, 잣나무, 느티나무, 당단풍나무, 팥배나무, 물오리나무, 산수유, 산벚나무,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갈참나무, 노간주나무, 신갈나무, 밤나무, 생강나무, 단풍나무, 노린재나무 그리고 테크길 입구의 인공물인 보안등까지.
 
고등학교 시절 언젠가 내게 다가올 첫사랑 그녀를 생각하며 김춘수 시인의 시 " 꽃"을 외우며 가슴 설렌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날 시어가 "눈짓"으로 바뀌었지만 그 시절에는 "의미" 였고 나는 아직도 그 단어가 더 좋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
 
 
내가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무는 나에게로 와 하나의 의미가 되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삼 이 세상 모든 사물들의 이름을 다정히 불러보고 싶어진다.
아내와 아들들, 새아기, 손주들, 그리고 친구들, 제자들과 선생님들.
지금은 기억속에 묻혀 입에 떠오르지 않지만 그 모든 이들의 이름을.
생명체든 생명체가 아니든 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의 이름을.
하늘과 땅에 존재하는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이름에 주님의 평화와 은총, 사랑이 깃들어 머물길 두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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