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인화형이 다음 구절을 보냈다.
"봄비 온다고 님을 기다리지 마라!
봄비는 오시고 님은 떠난다.
꽃은 피고 봄비는 내린다… "
바로 정지상의 시가 떠올랐다.
정지상의 송인(送人).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이래 가장 좋아하고 가끔 중얼중얼 읊어 보는 시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도 이루지 못한 바램이지만 한시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시다. 지금처럼 봄비가 나리거나 강변에 서거나 초록이 짙은 산속에서도 눈을 감고 가만히 읊어 보면 가슴이 저리고 뭉클해다.
< 送人 송인 (1) >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 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 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 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 첨록파)
비 개인 긴 강둑에는 풀빛 더욱 푸른데
남포에서 임 보내니 노랫소리 구슬퍼라.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 마를 수 있으랴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 送人 송인 (2) >
庭前一葉落 (정전 일엽낙)
床下百蟲悲 (상하 백충비)
忽忽不可止 (홀홀 부가지)
悠悠何所之 (유유 하소지)
뜰 앞에는 낙엽 하나 떨어지고
평상 아래 온갖 벌레 슬피 우는데
그대는 홀홀히 머물지 않고
유유히 어디로 가셨는지요.
片心山盡處 (편심 산진처)
孤夢月明時 (고몽 월명시)
南浦春波綠 (남포 춘파록)
君休負後期 (군휴 부후기)
한 조각 마음은 산자락을 좇고
달 밝은 밤이면 외로운 꿈을 꾸지요
남포에 봄 물결 푸르러지면
임이여 다시 온다는 약속 저버리지 마오.
참으로 부러운 재주다.
몇 가지 단어를 연결해 천 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저 감수성을 어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봄비가 나리니 공연히 마음이 나긋나긋해지고 시 한 귀절 애틋하게 다가 온다.
물론 가슴에 품은 사람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없고는 상관이 없다.
가슴을 울리고 감정을 흔드는 시 한구절, 노래 한자락을 품고 산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아, 봄비가 오시니 참 좋다.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댓돌이 아닌 에어컨 냉각기에 부딪혀 난들 어떠랴.
귀에 들리면 그만이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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