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봄이 왔다.

눈떠! 2023. 3. 14. 23:24
봄이 갑자기 들이 닥쳤다.
 
 
이틀 전 내린 봄비가 봄을 재촉했나보다.
화단의 흰 매화와 붉은 매화가 앞다퉈 피어나고
풀들은 밤새 한 뼘이상 키를 키우고
쥐똥나무도 연두색 잎을 티웠다.
그리고 이름 모를 많은 풀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이 올 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할머니께서는 봄 나물과 꽃들을 좋아하셨다.
할머니 집 조그만 장독대 옆에는 채송화, 봉숭아, 분꽃, 맨드라미가 올망졸망 피어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봄풀들이 싹을 내밀면 '내가 저 것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시며 하늘을 올려다 보시곤 하셨다.
할머니와 함께 걷다 보면 길섶의 풀들이 모두 나물이었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먹으면 맛있단다.
그 때 ' 아! 할머니 돌아가시면 저 풀들도 의미를 잃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는 할머니를 닮았나보다.
할머니처럼 풀들의 깊은 속은 모르지만 나는 세상 모든 풀들이 예쁘고 아름답게 보인다.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을 바라보면 웬지 모르게 마음이 찡하고 너그러워진다.
한 세상 견뎌내고 살아가는 내 모습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름 없지만 아니 이름이 잊혀졌지만 초록으로 세상에 생명을 보태는 저 풀들을 닮고 싶다.
그렇게 순하게 그러나 열심히 내게 주어진 작은 몫을 정성껏 해내며 살고 싶다.
할머니 처럼.
 
 
할머니께서는 봄바람과 함께 연두빛으로 내게 말을 건내신다.
상훈아, 순하게 너그럽고 따뜻하게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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