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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모시고 다니기

눈떠! 2023. 3. 17. 22:31
어머니 안과 치료를 위해 서울 대학 병원에 다녀왔다.
 
 
2시 예약이 되어 있지만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시력검사와 현재의 눈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야 해서 늘 한, 두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 오늘도 11시 40분 쯤 어머니를 모시고 출발했댜.
혜화동 로터리를 돌면서 지난 38년을 다닌 동성 고등학교 건물을 바라보는데 묘한 감정이 솟구쳤다.
로터리를 지나 유턴을 해서 학교에 들어가야 될 것 같은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선을 바꿔 서울대 병원을 향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어머니를 모시고 안과 병원으로 향했다.
대한 외래 병원 지하 3층 안과 원무/ 수납 창구에 가서 도착 접수를 했다.
예전에는 접수부터 복잡했었는데 지금은 병원도 하이패스로 접수부터 진료, 병원비 처리에 주차료 징수까지 카드 하나로 해결이 된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어머니는 벌써 몇 년을 서울대 병원에 다니셨다.
동네 안과에서 한쪽 눈의 백내장 수술을 하시고 정기적으로 인공 눈물 처방을 받으러 다니시다 하루는 큰 병원에 가보시라며 서울대 안과를 추천해 줬다고 한다. 황반 변성에 의한 시력 저하로 실명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아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녔지만 이제 퇴직을 했으니 내게 임무가 주어졌다.
 
 
서울 대학 병원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병원 입구부터 시작해서 안과 병동까지 가는 동안은 말 할 것도 없고 안과 병동의 모든 자리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환자의 대부분이 노인이기도 하지만 시력에 관계되어서 인지 모두들 보호자가 최소한 한 명이 따라와서 일 것이다.
서울 대학 병원에 가면 도를 닦는 심정이 되어야 한다.
가는 곳 마다 번호표를 뽑고 이름 아니 접수할 때 붙은 번호가 불릴 때 까지 얌전히 자리에 앉아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시력 검사를 하고 눈동자를 크게 하는 약물을 넣고 최소 30분을 기다린 후에 망막 촬영을 한다.
그리고 진료 의사 방 앞에서 마냥 기다린다.
이름이 불려 들어가면 모니터의 촬영된 눈동자를 보며 3분 정도 설명을 듣고 다음 번에 올 날을 듣고 나온다.
당연히 노환에 의한 병이니 좋아지기 보다는 현 상태의 유지가 목적이고 의사의 입에서 그 말을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의사 진단에 따라 병원 약국에서 처방 받은 약을 들고 마지막으로 눈에 주사하는 곳으로 가 마지막 호명을 기다린다.
어머니께서는 이제 눈에 주사 맞는 것을 무서워 하지 않으신다.
벌써 10번을 맞으셨다며 대기 하면서 처음 온 환자를 격려하신다. "크게 아프지 않고 따끔한 정도로 맞을 만 합니다" 라며.
어머니께서 주사를 맞는 동안 처방전을 들고 대학 병원 밖의 약국에 들려 항생제를 사들고 오면 일단 진료가 끝이다.
 
 
아내는 긴 세월 동안 친정 부모와 시부모 병원 수발을 들었다.
땀 흘리고 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인내와 노력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병원 모시고 다니는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손주 보기 보다 부모 모시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역시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는 말이 맞는 말인가 보다.
긴 세월 함께 살아오면서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 어디 한 두 개가 아니지만 오늘 또 하나를 추가하며 퇴직을 해서 그래도 짐 하나 덜어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나오기 전에 진료를 기다리며 예전에 임플란트를 해 넣은 어금니가 아프시다고 하셔서 열흘 후에 치과를 예약했다. 동네에 있을 때 어머니 이를 한 치과가 남양주 별네로 이사를 해서 그곳에 가는 것도 한나절이다.
전에는 방학을 이용해서 치료를 받으러 갔었는데 이제는 퇴직했으니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으니 장점도 있다.
 
 
집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 나오니 그렇게 하루가 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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