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봄, 꽃, 어머니 반찬

눈떠! 2023. 3. 28. 22:51
아파트에 꽃들이 만발했다.
백목련에 이어 자목련도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살구, 앵두나무도 꽃을 피웠고 드디어 벚꽃도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단풍나무도 꽃을 피웠다.이제 단풍나무 아래 차를 주차하면 천연 메이플 시럽의 테러를 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화사한 꽃들로 생명의 초록빛 잎들로 모든 나무와 풀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봄을 채우는데 저만치 우리 엄마는 굽은 등으로 뒷짐을 지고 걸어가신다.
 
수영장을 다녀 오시면서 동네치과에 함께 가줄 수 있냐고 하시더니 어차피 내일 예약이 되었으니 하루 더 참아 보자고 하시며 나온 김에 계란 한 판 살테니 들어다 달라고 하셨다.
계란을 사러 가서 시금치 네 단, 바나나 반 송이를 더 사셨다. 그리고는 기왕 도와주는 김에 농협 은행 뒤 노점 아주머니에게 가서 오이를 좀 사자고 하셨다.
오이 16개를 사서 양 손에 나눠 들고 13 단지 엄마 집으로 배달을 했다.
 
12 단지를 들어서서 한 번, 공원 입구, 출구에서 한 번씩, 13 단지 들어서서 또 한 번,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한 번, 모두 다섯 번을 쉬어서 집에 도착하셨다.
온 산과 들에 연초록 빛으로 생기가 도는데 엄마의 굽은 허리는 더 이상 펴지지 않는다.
한 세상 살아내시며 진 짐들의 무게로 굽은 저 허리는 몇 걸음을 걷고는 잠시 서서 허리를 펴주어야하고 몇 걸음을 걷고는 잠시 앉아 쉬어 줘야 다음 걸음을 옮길 수 있다.
그래도 집에 가면 반찬 만들어 주겠다며 장을 봐서는 앞장 서서 부지런히 걸으신다.
 
힘든데 안 하셔도 된다고 하면 몸이야 늙어서 일을 하든 안 하든 아프고 불편한 건 마찬가진데 반찬 만들며 너희들 맛있게 먹을 생각하면 좋고 시간도 잘 가니 일석이조라고 하신다.
어쩌면 이번에 만드는 반찬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움직일 수 있다면 이것도 큰 재미라고 하시며.
 
예, 그래요. 엄마.
아프지 마시고 맛있는 반찬 많이 만들어 주세요.
굽은 허리를 펴드리지는 못 하지만 맛있게 먹어 드리는게 효도라면 잘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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