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나린다.
어제 저녁 무렵부터 조금씩 내리더니 오늘 아침에는 제법 빗줄기가 굵어져 비내리는 소리도 들린다.
땅바닥에 부딪쳐 나는 소리, 에어컨 내방기에 부딪 쳐 나는 소리, 물통으로 모여 떨어지는 소리등 다양한 소리들이 모여 비가 내리는 것을 더욱 실감나게한다.
어제 저녁 새아기가 늦게 퇴근을 해 아내는 혼자 먼저 운동을 하러 가고 나는 조금 늦게 나갔다.
비가 조금씩 흩뿌려 우산을 챙겨 들고 중랑천변 산책길로 향했다. 우산을 펼치니 우산에 나리는 빗소리와 함께 비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비냄새는 비가 내리면서 흙에 부딪쳐 피어오르는 먼지냄새로 처음 내리기 시작할 때부터 잠시만 맡을 수 있다. 에어로빅을 하다 비가 와 중지하고 운동기구 처마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부간선도로 구름다리를 건너 도착하니 작은 운동장은 텅비어 있고 아내 혼자 우산을 쓰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는 나를 보자마지 자기가 쓰고 있던 우산을 접고 내 우산 밑으로 들어와 팔짱을 꼈다.
비 오시는 날 우리 부부의 기본 자세다.
아내를 만난 85년 1월 이후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우산을 챙겨 아내 회사 앞으로 가서 비를 가려 줬다. 그 해 아내는 퇴근할 때 비가 와도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비오는 날 퇴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여직원이 아내를 가르키며 쟤는 왜 우산이 없지? 하니 다른 여직원이 아 우산 들고 오는 남자 있어. 라고 소근댔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비오는 날 우산은 평생 씌워준 것 같다. 말하고 보니 아내에게 해 준거라곤 우산 씌워준 것 말고 제대로 한게 없어 쑥스럽다. 아내와 연애를 하던 그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와 우리는 우산을 밑에서 팔짱을 끼고 참으로 많이 걸어다녔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의 비를 바라보고 눈을 마주 볼 수도 있었을텐데 어깨를 적셔가며 걷기만 했으니 참으로 멋대가리없는 남자 만나서 아내는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그 기억 때문인지 우리는 비가 싫지 않다. 지금도 비가 와도 우산 쓰고 나가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도 절대 우산 따로 쓰는 법 없이 달랑 하나 꺼내 들고 용감하게 나선다. 비는 우리 부부를 20대 연애 시절로 보내준다.
어제도 바로 집으로 오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중랑천변 산책길을 걸었다. 아내는 팔짱을 끼고 걸으며 비냄새가 나지? 했다.
우산을 연인을 더 가깝게 만들어 준다. 갓 만났든지 결혼을 한지 36년이 되었든지 시간에 상관없이.
그렇게 천천히 걸으며 풀잎에 맺히는 빗방울도 보고 중랑천에 내리는 비도 보며 중간에 벤치에 잠시 앉아 하늘도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이다.
예전에는 식목일이면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심었다. 공공기관과 회사들, 학교는 말 할것도 없고 온 나라가 대대적으로 산으로 들로 나무를 심으러 나가곤 했다.
당연히 식목일은 공휴일이었다. 그리고 식목일을 전 후 해서는 오늘처럼 비가 내리곤 했다.
지금은 온 나라의 산들이 푸른 나무로 뒤덮여 있지만 6,70년대 우리나라 산들은 벌거숭이로 헐벗은 곳이 많았었다. 국민학교에서는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는 노래를 가르치고 부르기도 했다.
"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벌거벗은 붉은 산에 살 수 없어 갔다오.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
오늘 내리는 이 비로 꽃들이 떨어지겠지만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셔 가뭄을 해소하고 나무와 풀들이 한 뼘 자라며 우리들 마음속에 사랑과 평화도 한 뼘씩 자라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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