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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고등학교 분회 퇴임 만찬

눈떠! 2023. 4. 6. 22:50
전교조 사립 중서부지회 동성고학교분회에서 김호진 선생님과 나의 퇴임식과 만찬을 대학로 중국집에서 열어주었다.
이것으로 나는 동성고등학교에서 완전히 퇴직을 했다.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을 대접받고 그리고 공로상을 받았다.
분회원 선생님들과 조합원이 아니지만 몇 분의 선생님들, 그리고 먼저 퇴직하신 두분 선생님과 다른 학교에서 올해 퇴직하신 문선생님께서 학기초의 바쁜 시간을 쪼개어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마음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85년 동성고에 부임하여 전교협, 전교조로 이어진 지난 38년은 많은 어려움과 아픈 기억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85년 인화형과의 만남, 그리고 87년 김호진 선생님, 문준호 선생님 그리고 이어서 김병이 선생님과 함께 한 초창기 전교협, 전교조 모임은 내게 큰 축복이었다.
선생님이 되겠다는 것 빼고는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내게 그 분들은 많은 도움을 주었고 힘이 되어 주셨다.
아이들과 함께 암울했던 시간을 함께 버텨 준 동지였다. 그리고 뒤이어 전교조에 가입해 힘을 실어 주신 후배 선생님들 덕분에 적어도 나쁜 선생이 되지 않고 오늘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세월 나를 잡아주고 버티게 해준 두 뿌리는 바로 함께 어깨걸고 손 잡아주신 선생님들과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었음을 고백한다.
분회를 대표해서 송제훈 선생님께서 공로상을 주셨다. 공로상에는 '보수적 진보 교사상' 이라고 쓰여 있었고, "세상의 진보를 믿지만,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보수 교사" 라는 제목 아래 '30년 넘는 교직 생활 동안 진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더 나은 세상과 더 좋은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사랑과 헌신이라는 소중한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 모범 교사로 살아오신 한상훈 선생님의 더 멋진 인생 2막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참으로 분에 넘치고 부끄러움으로 몸 둘 바를 모를 고마운 상이다. 나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하고 게으른 탓에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께 폐를 끼친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을 받았으니 남은 삶을 그렇게 잘 살라는 격려로 알고 가슴 속 깊이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지난 2월 아이들에게서 받은 "최고의 선생님" 상패와 함께 손주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선생으로서 모든 것을 공식적으로 끝 마쳤다.
이제는 아무런 계획없이 흘러가는 구름처럼 살아갈 예정이다. 아니 풀과 나무를 더 자세히 바라보고 햇볕 쬐며 바람도 느껴보고 아내와 손잡고 산책하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는게 계획이다.
좋다는데 구경가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닐 계획은 없다.
기회가 되면 가고, 앞에 있으면 먹어 보긴 하겠지만 그런 것들을 쫓아 다니진 않을 생각이다.
가능한 조용히 머물러 있는 연습을 할 생각이다.
이것 저것 내려 놓고 비워갈 생각이지만 그것도 억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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