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펼쳐보이기

고대 78 동북포럼 1차 정모 불암산 둘레길 걷기

눈떠! 2023. 4. 20. 15:45
고대 78 동북포럼 2023년 1차 정기모임으로 불암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포럼(forum) 이란 공개 토론회나 대화를 나누는 자리라는 뜻으로 고대 로마의 공공 집회 광장인 ‘포룸(forum)’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포럼에서는 토론자 사이 또는 청중과 토론자 사이에 활발한 의견 개진과 충돌·합의가 이루어진다.
고대 78 동북포럼은 고려대학교 78학번으로 서울의 동북지역에 거주하는 친구와 그외 오고 싶은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도 교수로 회사 임원으로 개인 사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각 분야의 내노라하는 전문가들과 나같은 퇴직한 친구들이 함께 모여 술 한잔 나누며 세상 온갖 일에 대해 토론(?)을 한다. 입학 동기생이라는 인연 하나만으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아무런 이해 관계 없이 따뜻하게 만나 시간을 함께 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태능입구 역에서 버스를 갈아 타려는데 총무를 맡고 있는 남일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약속 장소인 공릉동 백세문 앞에는 가게가 없으니 막걸리 3통을 사올 수 있냐는 부탁이다.
당연히 OK 하고 길 건너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편의점에 막걸리가 2통밖에 없었다.
할수없이 다음 편의점을 찾아 걷다 보니 버스 한 정거장을 조금 더 걸어서야 한 통을 더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내친 김에 한 정거장을 더 걸어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백세문에는 이미 친구들이 여럿이 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친구들과는 서로 수인사를 하고 아직 도착 못한 근처에 온 친구를 조금 더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고 걸음을 떼어 놓았다. 조금 전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꺼내 입고 둘레길 산행을 출발했다.
 
백세문 근방부터 철쭉이 꽃잎을 활짝 열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나뭇잎들도 가장 고운 연두빛, 생명의 초록으로 온 산을 수 놓았다.
가느다랗게 내리는 가랑비가 생명의 빛깔들을 북 돋은다.
신록 사이를 비를 맞으며 친구들과 함께 두세명씩 이런 저런 정담을 나누며 걸어 올라갔다.
학도암 근처의 갈림길에서 안주를 잔뜩 준비해 기다리던 김교수를 만나 각자의 배낭에 나눠지고 불암산 숲속도서관 쉼터로 향했다.
 
쉼터에서 식탁을 하나 잡아 지고 온 먹거리를 꺼내 놓으니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부슬 부슬 내리던 비도 이곳에서 맛있는 잔치를 하라고 이슬비로 바뀌었다.
김교수가 아침부터 준비해서 가지고 온 여러 종류의 김밥, 족발, 해물전, 순두부, 그리고 직접 만들었다는 칠리 새우와 시인인 구산이 직접 담가 온 야관문주로 건배를 했다.
그리고 시인의 육성으로 시낭송을 들었다. 자작시를 기대했고 실제 들려줄만도 한데 겸손하게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낭송했다. 비 속에서 술과 좋은 안주,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시인의 시낭송을 듣는 호사를 누렸다.
 
4월의 시 / 이해인
 
꽃 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아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봅니다
 
내일도 내것이 아닌데
내년 봄도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그래.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다.
지금, 바로 오늘 내 눈 앞에 있는 이 봄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내 곁에 있는 아내, 가족, 친구들이 바로 봄의 상징이다.
지금 함께 걸어야 진정 봄을, 사월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야관문주와 맛난 안주를 사이에 놓고 즐기다 회장인 이교수의 즉석 원두커피로 정신을 가다듬고 걸음을 다시 옮겼다.
불암산 전망대 근처의 정자에서 남은 안주와 음식으로 다시 한번 상을 차리고 둘러 앉아 내 베낭 속의 막걸리 세통과 아들이 군에 있을 때 사다 준 화요 소주로 가볍게 입가심을 했다.
맑은 공기와 연초록의 생명의 숲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술은 보약이 아닐 수 없다.
안주와 술을 해치우고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서 불암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불암산의 정기를 폐 깊숙히 들이 마셨다.
전망대를 지나 무장애데크 길을 걸어 불암산 철쭉제가 진행되고 있는 나비 정원을 가로 질렀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광장에서 여러 공연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조성해 놓은 철쭉 정원을 산책하며 즐기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음을 다시 한 번 피부로 느끼다.
그래 이제는 조금 더 여유있고 너그럽게 살아도 되는 나라야, 그게 우리나라야.
나비정원을 지나 불암산 자연공원으로 들어섰다.
 
불암산 자연공원은 깨끗하고 편리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숲길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숲을 보고 새소리를 듣고 불암산을 느꼈다.
당고개역으로 빠져나와 김교수가 미리 예약해 놓은 능이오리백숙 집으로 들어섰다.
크지 않은 식당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인심 좋은 시골 아낙 같은 분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소주 한 잔 받고 일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불암산의 기운과 친구들의 정을 베낭에 담아 짊어 지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에서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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