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8.
동성고등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퇴직교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로 한 첫 날이다.
아침 10시 구파발역 2번 출구에서 모여 8구간인 구름 정원길부터 시작해 역순으로 걷기로 했다.
구파발역을 출발해 화의군 이영묘역을 돌아 진관 생태다리 앞에서 구름정원길을 출발했다.
구름정원길은 약 5.1km 로 북한산에 면한 불광동 주변인데 은평 뉴타운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고 족두리봉을 빙 돌아가는 길이다.
10여년전 작은 아들과 북한산 종주를 할 때 족두리봉을 지나 향로봉, 비봉을 거쳐 문수봉을 돌아 대남문, 대동문을 빠져나와 4.19 국립묘지로 내려와 집으로 돌아 온 적이있다. 작은 아들은 그날 고생을 했는지 다음날 도봉산 종주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 우리 부자의 계획이 방학 동안 3일 동안 첫날은 불암산, 수락산 종주, 둘째날 삼각산 종주, 세째날 도봉산 종주 였었다. 결국 도봉산은 못하고 말았다.
작은 애와 지리산 종주 두번에 불,수,도,북을 더하려는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10시 선생님들을 지하철역사에서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서선생님은 정말 오랫만에 만났다.
같은 가톨릭 학교 법인인 계성과 인사교류가 90년 초에 한 번 있었는데 그 때 전근을 가셔서 계성에서 정년을 하셨다. 그 당시 인사 교류에 누가 포함되는지에 대해서 말들이 많았다. 사립학교 법인에 여러 중 고등학교가 함께 있을 때 학교간 전보가 교사의 선택보다는 관리자들의 필요에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울타리 안의 동성 중 고등학교간의 인사 교류도 늘 말이 많았고 실제로 교사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지속적이지 않고 원칙이 없는 인사 교류는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에게 적든 크든 마음의 상처를 준다.
그 당시 서선생님은 신앙심이 깊고 운동도 잘 하셔서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학교를 떠나게 되어 많이 섭섭해했었다.
문선생님도 동성에서 10년간 근무를 하시고 학교를 옮겨 대성중학교에서 올 해 퇴직을 하셨다.
동성에 계실 때 함께 전교조 동성분회를 만들고 지키신 분이시다. 올 해 동성에서 퇴직하신 입사 동기인 김선생님과 두 분은 동성분회뿐 아니라 전교조 서울지회 사립중서부지회를 지키고 이끌어 오신 분들이다.
함께 교사를 했다는 것 만으로도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선생님들이시다.
동료 교사와 아이들을 위해 힘든 일을 마다않고 헌신적으로 앞장서서 행동으로 옳은 것을 지키신 분들이다.
김선생님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사립 중서부 지회장을 맡아 전교조를 이끄신 분이다.
학교에서도 동성학교를 위해 자신의 안일을 돌보지 않고 충언을 아끼지 않으셨을 뿐 아니라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주저없이 맡이 최선을 다하신 천상 선생님이시다.
특히 일학년 담임을 하시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반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 종주를 하셨다. 부모님들께 가정 통신을 보내 원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2박 3일을 지리산에서 보냈다.
2005년에 학교에서 위험하니 지도교사 한 사람을 더 데려가라고 해서 덕분에 선생님을 따라 지리산 종주를 하게 되었다.
그 때 중학교 2학년인 작은 아들도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아들은 그 기억이 좋았는지 다음 해에도 가자고 해 2년 연속으로 지리산 종주를 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김선생님은 모든 일을 꼼꼼하고 완벽하게 처리하시는 분이시지만 특별히 담임과 상담에 많은 힘을 쏟고 탁월하셨다.
선생님께서 담임을 하는 것을 보노라면 부끄러워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또 아이들 상담에 관심이 커 스스로 성대 교육 대학원에서 공부하셔서 상담교사 자격증을 따기도 하셨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전교조를 한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가진 능력을 펼 기회를 주지 않아 참으로 안타까웠다.
특히나 동성학교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큰 선생님이 상심했을 때가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웠다.
유선생님은 나와 같은 78학번이고 동성학교 입사 동기다. 고향이 안동인 영남 선비이다.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경상도 남자라는 선입견과 전혀 다른 분이다. 오히려 유능극강의 옹골찬 선비다.
다정하고 섬세하며 유머를 아는 분이시지만 옳지 않은 것과는 조그만 타협도 하지 않는 강골이다. 끊임없이 독서하고 자신의 아는바를 주변에 나누어주며 후배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신 분이시다. 아이들과 후배 여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선정되시는 다정한 분이시다. TK의 가장 성골인 대구 안동을 연고로 하면서 지역색을 벗어나고 합리적이며 진보적인 사고를 하시는 전교조 창립 동지이다.
퇴직을 하고도 이런 분들과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함께 걷고 추억을 나누며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다듬고 다가올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바라보며 배울 것이 있는 만남이란 소중한 것이다.
구름정원길 구간은 이름처럼 아름답고 예쁜 구간이었다.
북한산 어느 곳이라고 좋지 않은 구간이 있으랴마는 이곳은 적당히 오르내리는 길들이 깨끗하게 정리되고 관리되어 있으며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도중에 있는 은평 뉴타운 아파트에는 후배 선생님들인 박선생님이 근처 단독 주택에는 김선생님이 사신다고 한다. 두 분은 비록 후배 선생님이지만 교직에 있는 동안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친 분들이다.
동료 선생님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옳은 일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과 실천으로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새롭게 가질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다. 동성학교에는 이런 후배교사들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게 선생을 할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길을 걷는 동안 계곡에 청둥오리 한마리가 있었다. 청둥오리는 본래 철새인데 지구온난화로 텃새로 남아 있기도 하다지만 숲 계곡에 한마리만 남아 있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함께 길을 걷는 선생님들과 후배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저 오리가 내 모습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료, 그것도 훌륭한 동료속에 있다는 것은 행복하게 살며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다.
우선 이 분들과 북한산을 둘레길을 한바퀴 돌면서 아무 생각없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즐겨 보겠다.
저 연두빛 나뭇 잎처럼 환하고 생동감 있는 삶을 살아내자.
첫 구간을 마치고 시내로 내려와 식사할 곳을 찾는데 '여자 말을 잘 듣자' 라는 간판이 보였다.
호프 집인 모양인데 맞는 말이다.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바로 옆의 닭복음탕집으로 들어가 식사를 했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 불광역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어가 유선생님이 내신 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풀고 집으로 향했다.
여자, 아니 아내 말을 잘 듣는 것이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나도 말 잘 듣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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