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교사 트레킹

서대문구 안산 둘레길

눈떠! 2024. 1. 19. 22:56
2024.1.18.
이번 달 동성 퇴직 교사 트레킹은 서대문구 안산 둘레길을 걸었다.
 
10시 독립문역 5번 출구에서 만났다.
안산 둘레길은 정말 잘 만들어 놓은 시민 친화적인 길이었다. 어제 내린 눈으로 독립문역에서 둘레길로 오르는 첫 오르막 길은 조금 미끄러웠지만 봉사자로 보이는 분들이 염화칼슘을 뿌리며 길을 정리하고 있었다.
둘레길에 올라서니 사람들이 많이 다닌 곳은 눈이 녹아 걷기에 편했다.
둘레길은 무장애 데크 길을 포함하여 곳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주변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다.
 
둘레길에는 나이 든 사람들 뿐 아니라 방학이어서인지 젊은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둘레길도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함께 걷는 사람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서선생님께서 손녀가 아파 병원에 데리고 가야해 식사 때 합류하기로 했고 유선생님, 김선생님, 문선생님 그리고 3년 후 퇴직 예정인 현직 송선생님도 함께 했다.
선생들 모이면 퇴직이든 현직이든 늘 교육, 학교, 동료 교사들, 아이들 이야기가 주다. 여기에 나이들어 더욱 강력해진 아내와 자식들 이야기, 그리고 모두에게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는 손주들 이야기, 그리고 가끔은 힘들고 짜증나지만 나라 돌아가는 이야기도 한다. 그렇게 함께 걸으며 속에 있는 말들을 나누고 나면 세상 부러울게 없다.
 
걷는 도중 적당한 곳에서 나누어 마시는 술 한 잔도 마셔보지 못한 그 어떤 고급 술보다 맛있고 집에서 싸들고 온 견과류와 비스켓이 그 어떤 고급 안주보다 맛있다. 물론 더 굉장한 건 바로 옆에 서서 함께하는 동료요 벗들이다.
살면서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게는 남들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런 삶이 소중하다.
나도 힘든 시대를 살아 왔으니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고 그런 노력을 하는 분들에게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 들곤하지만 그래도 소소한 내 삶을 사랑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큰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친구들과 함께 걷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웃고 떠들며 안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무악재 하늘 다리를 건너 인왕산 길을 조금 돌아 내려왔다.
대신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 도가니탕으로 손 꼽히는 맛집인 대성집으로 향했다.
대성집은 소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서선생님께서 오셔서 함께 들어갔다. 여섯이 둘러 앉아 도가니 탕을 한 그릇 씩 앞에 두고 붉은 라벨 소주 두 병을 시켰다. 그리고 식당에 미안하지만 내가 가져 온 연태고량주를 종이컵에 따라 놨다. 소주와 함께 고량주를 도가니 탕을 안주 삼아 나누어 마시니 그냥 행복했다.
 
식사를 마치고 관행(?)대로 유선생님께서 사주시는 별다방으로 향했다.
별다방은 역시나 사람들로 붐볐고 젊은이들 못지않게 나이 지긋한 사람들도 많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오늘은 젊은 사람들이 시킨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뜨거운 까페라테를 시켰다.
젊음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무엇과 비교해도 으뜸이지만 내게는 내 나이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공자님이 말씀하시길 '귀가 순해져 어떤 말이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는 이순을 지난지 몇 년이 지나서인지 정말 많이 너그러워진 내 나이가 좋다.
이제는 분하고 속상한 일도 삭이고 참을 줄 알게 되었다. 어쩌면 포기하고 물러나는 일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내가 좋다.
나름 열심히 살았고 주변에 좋은 동료, 친구들이 있으니 그런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쯤은 아니 꽤 자랑스럽다.
 
다음을 기약하고 기쁘게 헤어질 수 있으니 오늘도 행복하게 잘 살아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