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8일.
동성 퇴직 교사 북한산 둘레길 걷기 3차.
오전 10시 정릉 청수장 버스 종점에서 선생님들을 만났다.
문선생님께서는 유럽 여행을 어제 돌아 오셔서 피곤하실텐데도 나오실 예정이었는데 급한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하고 4명이 만났다. 끝나는 곳의 식당으로라도 오시겠다는 것을 간곡히 만류하고 다음에 뵙자고 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만난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선생님의 마음 씀씀이는 삼십여년 전 부터 한결 같았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하지만 선생님을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문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에 전염되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감출 수 없다.
사실 문선생님뿐 아니라 연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늘 겸손하고 온화하신 서선생님,
항상 밝고 환하며 수많은 독서를 통해 다져진 해박한 지식으로 재미있고 유쾌하게 주위 사람들을 격려하고 북돋아주는 유선생님, 늘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살피며 철저히 준비하고 일하면서도 자신을 낮추시지만 불의와 일체의 타협없이 할 말하고 행동으로 증명하시는 김 선생님과 함께하는 이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솔샘길, 흰구름길, 순례길, 소나무 숲길을 걸었다. 이 구간은 북한산 둘레길중 가장 아름다운 길로 알려진대로 숲과 계곡,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산과 북부서울의 모습이 모두 보기 좋았다.
솔샘길은 정릉 주차장에서 미양 베드민턴장까지 소나무 숲이 우거진 짧은 길이었다. 북한산 생태공원을 끼고 있어 잘 정비된 길이어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소나무 우거진 숲길을 재미있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즐겁고 편했다.
이어진 흰구름길은 이준 열사묘역 입구까지 조금 긴 구간이었지만 북한산의 운치가 그대로 들어나는 재미있는 길이었다. 흰구름길에 접어들자 12m 높이의 구름전망대가 나타나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니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아차산과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두어 바퀴 돌며 경치를 마음에 담고 2층으로 내려와 의자에 둘러앉아 간단히 간식을 먹었다. 김선생님께서 내어놓은 구은 계란과 내가 가져간 삶은 계란을 안주삼아 뽕술을 가볍게 한잔씩 마시고 걸음을 재촉했다.
화계사를 지나 이준열사 묘역 앞 가기 전에 통일교육원에 들려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장소를 찾기 위해 마침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니 한 5분쯤 걸어가면 식당들이 나오는데 간단하게 점심 요기를 하시려면 연수원 식당에서 드셔도 되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의 공공 기관들은 방문객들에게 식당을 개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청이나 대학교, 법원이나 검찰청 주변에 사는 친구들이 가끔 공공기관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만큼 기대에 못미칠 수 있지만 그래도 가격대비 가성비가 좋은 식사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연수원 식당에 들어가니 닭복음탕을 비롯해 아욱된장국, 김치, 마늘쫑과 어묵 복음 그리고 콩나물 무침이 흑미밥을 자유배식하며 직원들에게는 4000원 방문객들에게는 5000원을 받고 있었다. 오랫만에 배식을 받고 자리를 잡고 앉아 전망대에서 마시고 남은 뽕주를 물컵에 조금씩 나누어 건배하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후에 유선생님이 커피는 자신의 담당이라며 식당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카페에서 라떼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다 나누어 주었다. 커피를 들고 연수원 정원의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하늘에 흐르는 구름보며 담소를 나누었다.
벤치 앞에 비석에는 이곳에 통일연수원을 지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전두환 정권 당시 쓰리 허중 한명이었던 허문도 국토통일원 원장의 이름이 있었다.
참으로 군사독재의 인물의 이름을 이곳에서 보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들은 진심으로 통일을 꿈꾸었는지 어떻게 통일을 이루려고 했는지, 정말 통일에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통일을 꿈꾸고 실천하는지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니 나는 정말 통일을 원하며 평화 통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래쪽으로 아카데미 하우스와 조금 더 내려가면 4.19 국립묘지 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호텔이었던 아카데미 하우스 근처로 졸업 사진을 찍으러 왔었다. 지금은 주차장이 넓직하고 풍광이 좋은 카페와 베이커리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아내와 다시 한 번 들려 봐야겠다.
이준 열사 묘역에서 솔밭 근린 공원까지 이어진 순례길로 접어들면 민주열사들이 잠들어 계신 4.19 국립묘지 뿐 아니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묘소가 흩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당당히 자리 하셔서 민족 정기를 일깨우실 분들이 수유리, 망우리 공동묘지 등에 흩어져 계시고 그 자리를 친일파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수유리 둘레길 주변에는 광복군 합동묘소를 비롯해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인 해공 신익희 선생,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참가하여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다 순국하신 이준 열사,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시인인 가인 김병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최고 명문가로 6형제가 모두 가문과 전 재산을 조국 독립에 쏟아 부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내신 이시영 선생,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성균과대학 총장을 지내신 김창숙 선생, 독립운동가이자 박정희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통일당 당수 양일동 선생, 독립운동가 유림 선생, 신숙 선생 등이 잠들어 계셔 그 일대를 북한산 순국 선열 묘역이라 불리고 있다.
이 길을 걸으면 독립운동지사들과 민주열사들이 지켜낸 우리나라를 돌아보며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자유가 많은 분들의 피와 땀, 그리고 목숨으로 얻어낸 결과라는 슬프면서 또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 1구간인 소나무 숲길은 솔밭 근린 공원에서 북한산 우이역까지 이어져 있다.
소나무 항기와 우이동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편하게 걷는 구간이었다. 중간에 우리나라 동학 놈민운동의 지도자 였으며 천도교 3대 교주인 손병희선생의 묘소가 있었다. 손병희 선생을 일제 하
항일운동을 이끌었으며 3.1운동의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의 실질적 대표이셨고 그로 인해 일제 경찰에 붙잡혀 서대문 형무소에서 복역 중 운명하셨다.
우리는 이렇게 8구간 구름정원길에서 시작하여 거꾸로 1구간에 도착했다. 북한산 우이역 앞 편의점 옆 의자에 앉아 다음 달 이자리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세 분 선생님들은 지하철로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임광아파트 정류장에 내려 스타벅스에 들어가 아내가 좋아하는 생크림 카스테라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달부터는 도봉산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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