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형과 하기로 한 토요일 아침 테니스 모임이 비로 인해 순연되어 수락산 산책을 제안했다.
그러자고 문자 답신이 와 10시 마들역 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우리 동 입구에 자리잡은 흰 매화가 어제 저녁에 내린 비에 꽃을 만개했다.
나무 옆에 서면 매화 꽃 향기가 코끝을 휘돌아 온 몸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잠시 나무 곁을 맴돌다 마들역으로 향했다.
정확하게 시간 맞춰 인화형을 만났다.
노원역에서 7호선 갈이타는 통로가 공사로 복잡해 걸어 오느라 1번 출구를 지나쳐 갔다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지난 주에 만나 세월호 10주기 시민 대행진에 함께 참가했었지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수락산으로 향했다. 3
2년 전 상계동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12단지를 가로질러 13단지 한옥 유치원 앞의 무장애 데크길로 갔다.
무장애 데크길은 22년 6월에 완공한 약 1.7km의 완만한 경사 데크길로 상계 주공 13단지에서 수락산 먹자 골목 천상병 거리까지 수락산 둘레에 만들어 놓은 산책로다.
노원구청에서 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주변의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길이 되었다.
특히나 근처에 많이 사시는 노인들에게는 보물같은 길이며 내 어머니께서도 즐겨 걸으시는 숲길이다.
데크길을 따라 먹자 골목 끝 고등어 구이 집을 돌아 서울 둘레길을 따라 수락산 능선으로 올랐다.
100여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야외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고 사과 두쪽을 나누어 먹었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능선을 따라 천천히 숲길을 걸으며 옛 일을 추억했다.
인화형은 내 교직 생활에 가장 많은 좋은 영향을 준 선배시다. 우리는 85년 3월 2일 내가 동성고등학교에 부임하며 만났다. 나보다 1년 먼저 동성에 온 같은 수학과 선생님이시다.
인화형을 따라 YMCA 중등교육자 협의회를 가 보았고 전교협, 그리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발기인으로 참여하였다.
서로 수업을 참관하며 아이들 가르치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 모아 축구도 하며 신나게 초임 교사 시절을 보냈다. 1989년 전교조 탈퇴를 강요하는 정부에 맞서다 나는 탈퇴각서를 쓰고 인화형은 동성중학교로 전보되어 헤어지게 되었으나 같은 울타리에 근무하며 늘 얼굴을 보며 지냈다. 긴 세월 전교조의 집회를 함께 참가한 형이자, 선배 교사요, 동지였다. 나는 집회에 참석하여 동지가를 부를 때면 늘 인화형이 떠올랐다.
전교조 결성일인 89년 5월 28일 연세대에서부터 교직 생활 38년 내내 5월 교사대회에서 항상 옆자리를 지켰다.
나야 그저 그런 뭐도 모르는 평범한 선생이었지만 인화형은 다정다감하고 성실하며 언제나 아이들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자랑스러운 평교사였다. 형과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이 집행부 높은 자리(?)에 올라갈 때도 사립 중서부지회를 지키고 꿋꿋히 분회장 자리를 고수하며 현장에 두발 굳게 디디고 선 참선생님이다. 대학생 때, 그리고 교사 시절에도 야학과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해 수학을 가르치셨고, 퇴직한 지금도 시간을 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가르치신다.
행동과 실천으로 자신이 교사임을 증명하는 선생님이다. 나는 이런 형과 초임 교사 시절을 함께 한 덕분에, 또 인화 형 못지 않은 좋은 후배 교사들을 만난 덕분에 크게 나쁜(?) 선생이 되지 않고 정년을 맞았다.
능선길을 따라 수락산 중턱 쯤의 아내와 커피 마시고 멍 때리던 바위로 갔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홀로 막걸리 잔을 비우는 분이 계셔 옆에 자리를 잡았다.
숲과 하늘을 바라보며 형이 가지고 온 삶은 계란, 요플레와 내가 싸온 보온병의 따뜻한 물로 커피를 타고 바나나와 과자를 나누어 먹었다. 인화형과 함께 하며 인화형의 아이들 가르친, 그리고 지금 가르치는 이야기를 들으면 수학 선생을, 담임 선생을 이렇게 재미있게 신나게 할 수 있구나를 새삼 느낀다.
늘 학생들과 재미있지만 의미가 부여된 대화를 할 줄 아는 지혜가 부럽기도 했다.
점심을 먹으러 산을 내려 오는데 테니스 치자고 연락이 왔다며 학교로 간다고 했다.
다음에 다시 밥먹기로 하고 편의점에 들려 김밥 한 줄씩 사서 나누어 먹으며 마을 버스를 타고 가는 형을 배웅했다.
인화 형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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