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7일(토) 대학시절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만나 걷는 서울 들레길을 걸었다. 전날 눈도 오고 해서 여름에 땡볕이라고 건너 뛰었던 안양천 길을 걷기로 했다. 비교적 짧고 평탄한 길이라 11시에 석수역 2번 출구에서 만났다. 그런데 날이 생각보다 좋아서 처음 계획한 둘레길 13코스 안양천 상류코스와 14코스인 안양천 하류코스를 한꺼번에 걷기로 했다. 다들 사는 곳에서 이쪽으로 오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천변 길이니 조금 거리가 길어도 걸을 만하다고 생각되어서 모두 찬성했다. 석수역을 출발하여 가양대교 남단의 가양역까지 총 18.2km, 시간으로는 4시간 30분 거리라고 했다. 석수역 기점에서 인증도장을 찍고 역을 출발하여 안양천변 길에 도달했을 때 인증 도장을 찍느라 등산스틱을 기대어 놓고 그냥 온 것을 발견했다. 그냥 가자고 하니 친구들이 천천히 가고 있을테니 얼른 뛰어가서 가져오라며 등을 떠밀었다. 할 수 없이 역으로가 스틱을 찾아들고 친구들을 뒤쫓아 뛰었다. 친구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거리가 멀어져 헉헉거리며 뒤따라 갔다.
돌아보니 우리의 삶도 이랬다. 해야할 시간에 이런 저런 이유로 하지 못하면 그것이 공부든 일이든 뒤쳐졌고 그것을 따라잡기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심지어 영원히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늘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고 어려운 일이다.
친구들을 따라잡아 함께 걸으니 발걸음도 가볍고 한결 편하고 즐거웠다. 예전에 영국의 신문사에서 먼길을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을 독자들에게 퀴즈로 냈는데 그 정답으로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라고 했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세상살이에 좋은 친구만한 확실한 재산은 없다. 함께 한 하늘을 이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자주 만나지 못해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이 바로 친구, 벗이다.
안양천변 길은 겨울이지만 따스했다. 벗들과 걸었고 날씨도 그만하면 겨울치고는 쾌청했다.
나라가 잘 살다보니 천변으로 공원이며 운동시설을 많이 만들어 놓아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종류의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요즘 유해한다는 파크 골프장을 비롯하여 야구장, 축구장, 풋살장, 농구장, 족구장등 많은 시설들이 사람들로 북적였고 달리기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처럼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천 안쪽에도 철새들이 지친 날개를 쉬며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었다.
함께 한 지난 시절을 되새기고 늙으신 부모님, 결혼하여 분가한 자식들, 새로 태어난 손주들, 그리고 자신들 건강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13코스와 14코스의 중간지점인 구일역에 들러 인증 도장을 찍고 화장실도 들린 후 고척돔을 바라보며 한강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강이 가까워올수록 바람이 점점 강해졌다. 강바람이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정신이 번쩍 들도록 얼굴에 부딪쳤다. 그러나 젊음은 어디서든 그 활력을 드러낸다. 한강런이라더니 한강이 가까워 올수록, 한강에 다다러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겨울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지어 혹은 홀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합수부를 지난 한강변에는 이 겨울에 온통 뛰고 자전거타는 사람들, 아니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탁트인 한강변을 젊은이들 속에서 걷는 것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낭만이 있었다. 오른쪽 강건너에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새롭게 태어난 난지도가 보였다. 저곳에도 한 번 가봐야할텐데 기회가 되질 않았다. 쓰레기 매립이 끝나고 새롭게 태어난 난지도는 이름처럼 변해 있을까가 몹시 궁금했다.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임태훈 교수의 ‘쓰레기 기억상실증’ 이라는 책의 2장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운영된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서울 시민의 거대한 타임라인이었다. 아이가 태어나 청소년으로 자라고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일상을 채웠던 온갖 사물이 난지도로 환류했다. 지금 이곳은 높이 98미터와 100미터의 인공산(하늘공원, 노을공원)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지하에는 여전히 1억 1050만 톤의 쓰레기가 묻혀 있다. 서울 한복판의 쓰레기장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대중의 기억에선 희미해졌다.”
난지라는 이름은 난초와 지초를 일컫는 말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의 향기가 나는 섬이었으며 ' 꽃섬 ' 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중초도로 소개되어 있으며 1950∼1960년대 유명한 신혼여행지였고, 유명 배우들도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왔었다고 한다.
멀리 가양대교를 바라보며 강변을 걸어 강변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넘어 가양역 근처 맛집을 찾아 통큰 해물탕집에 자리를 잡았다. 큰 건물 2층에 자리잡은 이 식당은 여러 방송국에 맛집으로 소개되었던 곳으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고 했다. 주문과 계산을 말이 아닌 키오스크로 하게 되어 있는 집이었는데 미안하게도 사용 경험이 많은 희*이가 식사비를 계산했다. 점심시간을 지나도록 오래 걷고 배도 고팠는데 푸짐하고 맛있게 해물찜으로 술과 밥을 배불리 먹었다. 걷는 재미의 백미는 역시 걷고나서 맛있게 먹는데 있다. 그것도 친구가 사주는 점심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가양역에서 헤어질 때 시계를 보니 삼만이천보를 넘게 걸었다고 나와있었다.
두 다리 튼튼해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다음 달을 기약하며 친구들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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