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반지를 잃어버렸다.
일요일 처가에 가서 아내가 화장실과 주방 청소하고 거실을 물걸레질 하는 동안 청소기 돌리고, 장인 어른과 장모님께 등심 구워 드렸다. 대충 집안 청소 및 정리가 끝난 후 수리산 랜드에 모시고 가 목욕을 한 후 반월 호숫가 삼대 막국수로 가 아내와 어르신들은 비빔 막국수, 나는 따뜻한 묵밥을 그리고 함께 메밀 전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묵주를 돌리려고 왼손 검지를 보니 반지꼈던 자국만 있고 반지가 없었다.
아내가 눈치 빠르게 나를 보며 "당신 또 반지 잃어버렸어? 당신은 당신이 분명하고 확실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반지를 끼고 다니지 말아. 몇 번 째야? " 하며 혀를 끌끌찼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금요일 저녁에 운동가서 입구에서 세번째 스미스 머신에서 데드 리프트를 하며 바에 닿는 반지낀 손가락이 아파 반지를 빼서 벤치에 놓고 운동을 마치고 그냥 나왔다. 시간이 8시 50분에서 9시 사이였고 바로 옆에서 관장님이 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반지가 없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밤에 잘 때도 빼지않을 정도로 거의 몸에서 떼어놓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반지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던 마음이 갑자기 불편해졌다. 일요일은 헬스장도 쉬는 날이라 월요일이 되어야 전화라도 해 볼 수 있으려니 생각을 하니 갑자기 시간도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아내가 지적한 것처럼 반지를 여러 번 잃어버려 지청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것도 그냥 반지가 아니라 결혼 예물 반지와 시계를 잃어버린 것이다.
86년 10월 25일 이문동 성당에서 결혼하며 나누어 낀 묵주 반지를 그 다음 해 선생님들과 술을 마시다 잃어버렸다. 그래서 아내에게 미안해 들키지 않으려고 잃어버렸다는 말을 하지않고 묵주반지를 맞춘 금은방에 가서 반지를 샀다. 사장님이 교우여서 흔치않게 그 금은방에서는 묵주반지를 취급하는 곳이었다. 얼굴을 알고 있었고 결혼 예물을 한 곳이어서 묵주반지를 달라고 하니 두 종류의 반지를 내놓으며 그 때 어떤 것을 예물로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보고 잘 생각해보고 고르라해서 골라 성당에 가 신부님께 축성을 받고 당당히 끼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반지를 보더니 십자가 모양이 달라졌다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래서 할수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 용서는 했지만 아내는 반지를 압수해서 장롱 깊숙히 넣어 놓았다.
그렇게 결혼 반지를 끼지않고 살아가던 중 이번에는 결혼할 때 예물로 받은 시계를 잃어버렸다. 동성학교에 함께 입사했고 ROTC 20기로 함께 훈련 받은 동기 선생님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셔서 그 장례식에 갔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후 나무 의자에 누워 자고 났는데 시계가 없어진 것이다. 술에 취해서 잘 때 시계를 풀어 놓은 것 같은데 기억이 없고 일어나보니 이미 없어져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소란을 떨 수 없어 몇 군데 찾아보다 그만두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야기하니 이미 잃어버린 것을 어떻게 하냐며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결혼한지 20여년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나도 반지를 끼고 싶어져 아내의 결혼 예물 가운데 순금으로 대나무를 형상화한 쌍가락지 한짝을 달라고 해 조금 늘려 왼손 약지에 끼고 다녔다. 한동안 잘 끼고 다녔는데 어느 날 아내가 "당신 손가락에 반지가 없어졌네." 해서 보니 빈 손가락만 휑하니 드러나 있었다. 그때는 수영을 다닐 때인데 아마도 수영장에서 잃어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나도 수영하다 수영장 바닥에서 반지를 주워 주인을 찾아 준 적이 있어 수영장에 물어보니 그런 분실물 들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순금 한돈 반짜리 아내의 쌍가락지 한 짝을 그렇게 잃어버렸다. 그때도 아내는 아깝지만 어쩌겠냐며 쯧쯧하고 혀만 차고 넘어갔다.
그리고 이 번이 네번째다.
잃어버린 것을 알고부터 영 개운치 않고 불안해 일요일 밤 잠을 설쳤다. 묵주 반지를 발견한 사람이 혹시 종교 상징물이니 돌려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순금은 아니어도 금반지니 다른 맘을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같이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조금 참고 어머니 댁에 들려 식사를 챙겨드리고 출근하면서 8시 40분쯤 지하철역에서 헬스장에 전화를 했다. 안내하는 분이 전화를 받아 금요일 저녁 9시 50분 쯤에 혹시 분실물로 묵주반지가 들어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예, 어떤 분이 주워다 안내에 맡겼습니다." 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왼손 검지에 있는 반지 자욱이 사라지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올 묵주반지를 다시는 빼놓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내에게는 바로 전화하니 잘 되었다며 정말 기뻐해줬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헬스장에 들려 반지를 끼고 집으로 가야겠다.
일을 마치고 마들역에서 자전거로 16단지 헬스장으로 바로 갔다.
안내하는 곳에가니 여자 코치가 계셔서 금요일 잃어버린 묵주반지를 찾으러 왔다고 하니 종이에 싸 놓은 것을 내주셨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제자리로 끼어 넣었다.
성경의 잃었던 작은 아들이 돌아온 것 만큼은 아니겠지만 참으로 기쁘고 속이 시원했다.
삼 세번이 아니라 네 번 만에 잃어버렸던 결혼 기념품이 다시 돌아왔다.
반지를 안내 데스크에 가져다 맡긴 분께 주님의 평화와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원한다. 고맙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길!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반지 낀 손가락을 보여주니 뛸듯이 기뻐하며 반지를 돌려준 분께 바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잘 간수하라고 하며 웃음지었다. 이제 이 반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손가락에서 빼지 않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오늘 밤에는 잠을 푹 잘 수 있겠구나 싶었다. 60을 훌쩍 넘어 긴 세월을 살았으면서도 아직도 별 일도 아닌 것으로 기분 나빠하고 좋아하기도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다스리기가 참으로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일에 흔들림이 없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런 저런 생각속에서도 반지를 다시 찾은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다시 한번 반지를 안내데스크에 맡겨준 분께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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