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설 합동 위령 미사를 두 아들과 참례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7시가 되었다.
아내는 벌써 일어나 차례상에 올릴 과일들을 준비해 놓고 만두를 빗고 있었다.
내 방 구석에 있는 상을 두 개 꺼내어 거실 창 앞에 펼쳐 놓았다.
증조 할아버지, 증조 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영정 사진을 꺼내 책꽂이에 꽂아 자리를 잡고 가운데 고상을 올려 놓은 후 향로를 꺼내 닦고 초와 화분을 배치하였다. 그리고 위령 기도서와 성경 책, 명절 차례 양식을 준비하고 향을 꺼내 놓았다.
7시 50분 쯤 아내가 어머니 모시고 오라고 해 13단지 어머니 댁으로 차를 몰고 가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작년 11월 말부터 몸이 불편해 바깥 외출을 하지 안으시다가 3 개월 여 만에 처음 집에 오셨다.
우리 집이 저층 아파트 4층이라 게단을 쉬어 쉬어 가며 천천히 올라왔다.
벨을 누르니 큰 아들, 작은 아들네 식구들이 모두 와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오셨다고 하니 손주, 증손주들이 모두 나와 인사하고 할머니를 안아 주었다.
어머니께서는 숨을 몰아 쉬며 층계를 올라온 분이 금방 얼굴에 화색이 만발하여 힘이 펄펄 나서 자손들의 인사를 받았다.
너희들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너무 행복하다며 신나 하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바꾼 카톨릭 전례에 따르면 음식을 차리지 않기로 했었는데 점점 상에 올라가는 음식이 늘어난다.
처음에 할머니 할아버지 생전에 좋아하시던 커피를 한잔씩 올 렸는데 식구들 먹으려고 사온 과일이나 동생들이 보낸 과일을 올리더니 기왕에 먹으려고 둘러앉아 빚은 떡 만두국이며 전이나 나물도 올렸다. 내가 올리는게 아니고 아내가 정성껏 올린다.
24살 시집 와 생전 처음 제사 음식을 하기 시작해 삼십여년 고생한 것이 힘들었을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자손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조상님들 께 먼저 올리는게 더 좋을 것 같다며 기쁘게 올린다.
상에 과일을 올리고 둘러 앉아 카톨릭 명절 제례 양식에 따라 연도를 시작했다.
성호경을 긋고 늘 부르는 성가인 생전 아버님이 좋아하시던 50번 '주님은 나의 목자'는 시작할 때, 54번 '주님은 나의 목자'는 끝날 때 부른다. 둘째 손녀 서가 마태오 복음 5장 1절에서 12 절 까지 산상수훈 '참행복'을 읽었다.
또렷하고 낭낭한 목소리로 성경을 읽는 손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도 다른 큰 행복이다.
그리고 가장의 말씀 대신 어머니께서 가정을 위한 기도, 막내 손주 민이가 부모를 위한 기도, 큰 아들이 자녀를 위한 기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아들 내외가 부부의 기도를 바쳤다. 가톨릭 기도문들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바친 큰 내공을 가지고 있다.
물론 자신의 소리로 아름다운 기도를 바치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형식적이라고 할 수 도 있지만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기도문을 사랑한다. 그렇게만 기도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늘 생각한다.
세 손주들이 분향을 하고 손주들을 가운데 중앙에 서게하고 다같이 절을 두 번 올렸다.
그리고 기일을 맞아 드리는 짧은 연도를 다같이 올렸다. 어른들의 목소리 속에 이제는 두 손녀와 막내 손주까지 청량한 목소리들이 함께 올리는 연도는 틀림없이 조상님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하느님께 서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그렇게 연도를 마치고 둘러앉아 떡만두국을 맛있게 먹었다.
대충 상을 물리고 뒷정리를 한 후 차례로 설날 새배를 드렸다.
우리 부부, 아들들 내외,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주들이 할머니께 새배를 드리고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는 어머니의 덕담과 함께 새뱃돈을 드리고 받았다.
이어서 우리 부부도 자리 잡고 앉아 아들들 , 손주들에게 새배를 받고 새뱃돈을 주고 또 두 아들 며느리가 주는 용돈을 받았다.
어려서 설날이 얼마나 기다리고 그중에서도 새뱃돈을 받는 것이 얼마나 가슴 떨린 일이었나 생각난다.
일 년을 기다려 받은 큰 용돈이었다.
이제는 아들 며느리에게, 손주들에게 새뱃돈을 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다.
새배를 마치고 이리저리 둘러 앉아 웃고 떠드는데 큰 손녀가 스케치 북에 붉은 말 그림을 가지고 와서 올 해 소원을 쓰라고 했다.
말 그림은 삼촌이 그렸다며 모든 식구들의 소원을 여백에 이름고 함께 적었다.
작은 손녀는 자기는 얼마나 행복한 지 소원이 없다고 썼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건강하고 집안이 행복하게 해 달라고 적었다.
이렇게 설날이 지나갔다.
여동생이 와서 어머니를 모시고 가고 아들들도 각자 자기들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 부부도 만두 속과 만두피, 그리고 떡국 대를 싸 들고 군포 처갓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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